북한의 위협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옆나라 일본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고 있다. 이젠 가히 세계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삼년 만의 신간이 지난 금요일에 나왔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신간소설이 나왔다고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예약분만 50만부라니 그 현상은 놀랍기만 하다.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문학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인 서점가에선 간만에 희희낙낙이다. 어떤 서점에서는 아예 서점간판을 '무라카미하루키서점' 식으로 프로모션 기간동안 바꾼다고도 한다. 당사자인 작가는 그걸 보고 어떤 기분이 들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 편 서울에서도 개인적으로 작은 소란이 하나 있다. 부끄럽지만 나의 신간 산문집이 오늘 출간된다. 50만부는커녕 아마도 일만부만 초기에 팔아도 장하다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나는 신간이 나와서 기쁘기보다 은근히 소심해져 있다. 왜 마음에 이렇게 먹구름이 끼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번 산문집에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편견으로 가득찬 나의 생각들을 여과없이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일부 독자들의 이유모를 비판과 미움을 받을 각오도 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 사람의 고유의 삶의 방식이나 생각은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얻기가 힘든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을 미리 받아들이고 단단히 마음먹어야 하지만 비판이나 비난의 피드백은 역시 조금은 힘들다.
그럼에도 어떤 선배 글쟁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7의 독자가 호응하고 3의 독자가 안티가 되면 그건 참으로 다행이고 만일 8의 독자가 호응해주고 2의 독자가 안티면 그건 대성공이라고. 하다못해 저 대단한 작가 하루키도 '자기 이름을 밖으로 널리 알리면 알릴 수록 나를 무의미하게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자기 안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책을 쓰는 의미가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조금 용기를 내기로 했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나라는 여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