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4명이 표준 치료제인 레보도파를 복용한 뒤 10년 이내에 약효 소진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우농질환학회는 레보도파를 복용하고 있는 파킨슨병 환자 23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의 40.6%(935명)가 약을 먹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약효 소진 현상을 겪었다고 최근 밝혔다.
파킨슨병은 고 김근태 전 의원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앓았던 퇴행성 뇌 질환으로 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는 세포 수가 줄어들면서 말과 행동 느려지고 운동기능이 마비되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노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레보도파는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는 파킨슨병 치료 표준 약물로 복용 초기 2~3년간은 약효가 잘 듣는 허니문 기간이지만, 3년이상 5년 미만 복용 환자의 41.5%, 5년 이상 10년 미만 복용 환자의 52.3%가 약효 소진 현상을 겪었다.
대표적인 약효 소진 현상으로는 몸의 떨림이나 경직, 통증, 보행불편, 무기력 등이 있으며 환자 한 명당 평균 4.4개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환자가 임의로 복용량이나 투약 횟수를 늘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거나 팔다리가 꼬이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병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한준 교수는 "환자들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약효 소진 현상으로 인한 병세 악화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몸의 떨림이나 서동(느린 움직임)외에도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비운동증상 역시 약효 소진과 연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