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가운 한국계 캐나다인 앤 신 감독의 다큐멘터리 '탈북자'가 이달 말 토론토 다큐멘터리 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신 감독은 "북한이 핵무기 도발로 연일 전 세계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할 대상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독재정권 아래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미국의 목을 비틀 순 없지만 달아날 구멍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마음껏 횡포를 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6·25전쟁을 겪은 부모에게 남북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신 감독에게 탈북자 문제는 남의 집 얘기가 아니다. 그는 특히 한인 사회를 통해 탈북자 소식을 접하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서 탈북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그 가족들을 엄중 처벌하겠다고 했습니다. 탈북하려다 적발되면 혹독한 심문을 받고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 걸고 탈출을 감행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신감독은 먼저 토론토 한인 사회를 통해 중국에 있는 탈북자 브로커와 접촉했다.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밝힌 브로커는 중국 내 탈북자들이 신변안전이 보장되는 태국 등 인근 국가로 건너가는 것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드래곤'은 신 감독이 탈북 여성 두 명과 함께 차량에 타고 동행,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내용을 영상에 담을 수 있도록 주선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바로 중국으로 날아가 '숙자' '영희'라는 이름을 가진 탈북 여성들을 만났다. 하지만 이들은 다큐멘터리 촬영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촬영을 거부했다. 신 감독은 이들과 친분을 쌓으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탈북 여성들과 음식을 나눠 먹었다. 신 감독의 소탈한 모습에 여성들은 마음을 열었다. 결국 이들은 다큐멘터리 화면에 얼굴을 뿌옇게 처리하는 조건으로 촬영을 허락했다.
신 감독은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탈북 여성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차를 타고 밤낮을 달리며 진행된 비밀 촬영은 세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북한을 탈출하면서 그들이 겪은 고통과 가슴 아픈 가족 이야기에 신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다큐멘터리 '탈북자'는 오는 27일과 29일, 다음달 4일 다큐멘터리 영화제 '핫독'(HotDoc)에서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전 세계 43개국에서 205개 작품이 출품됐다.
/리즈 브라운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