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막내린 MBC '7급 공무원'에 출연했던 김수현(28)의 이름 앞에는 '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MBC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여성들의 로망으로 떠오른 '남자' 김수현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사실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선배라서 억울할 법 한데, 정작 당사자는 "어필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조급해하지 않았다.
# 복수 나선 미래 역 '눈도장'
지난해 방영된 MBC 시트콤 '스탠바이'에선 쓰레기통에 빠지는 등 한껏 망가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국정원 요원에게 가족을 몰살당하고 복수에 나선 미녀 스파이 미래 역을 맡아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비록 적은 분량이었지만 177cm의 늘씬한 몸매로 선보인 연기는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신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극에서 잘 살아줘야 하는 역이었어요. 특히 미래는 주인공인 서원(최강희)이나 길로(주원)에 비해 유머 코드가 있거나 서서히 발전하는 인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캐릭터라 부담도 됐죠. 그러나 그만큼 보람 있고 많은 것을 얻은 작품이라 여운이 오래 남아요."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 부문 여자우수상을 안겨준 '스탠바이' 후 처음하는 작품이라 연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전작이 대중과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모델이 아닌 연기자라는 것을 각인시킨 계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극중 주원과 최강희보다 미래처럼 가족을 잃은 아픔을 지닌 JJ 역의 임윤호와 주로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멜로 연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조금은 있다. "주원 씨를 사이에 두고 최강희 씨와 (삼각) 멜로가 있었으면 개인적으로 더 재밌었을 것 같다"면서 "현장에서 두 분과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어 가끔씩 만나면 반가웠다"고 말했다.
# 연예계 경력과 포부
알고 보면 서울대 출신의 김태희 못지않은 '엄친딸'이다. 이화여대 국제학과를 졸업한 '이대 나온 여자'다.
졸업 후 영자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를 하다가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 대상을 거머쥐며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SBS '게임의 여왕'에 주연급으로 발탁돼 연기자로도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후 모델 일은 그만뒀다. 모델 선배인 이선진이 "두 가지를 어중간하게 하는 것보다는 한 쪽을 하는 게 현명하다"고 뼈있는 충고를 해줬기 때문이다.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3년간 활동을 쉬다 2010년 '도망자 플랜 비'로 연기 활동을 재개했고, '로맨스타운' '브레인' 등에 출연하며 '차도녀'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제 이력을 본 감독님들이 의아해하면서 '너 왜 연기하니?'라는 질문부터 던져요. 연기자는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쉽지 않으니 더 해볼만 한 것 같아요. 짧게 해보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만도 뿌듯하답니다."
화려한 이력이 연기자로서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지적으로 봐주는 장점이 있지만 공부와 연기는 확실히 다르다"면서 "편견을 갖고 보는 분들도 많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어려움을 고백했다.
장기인 영어를 살려 해외 진출을 하고 싶다는 야심찬 꿈도 꾸고 있다. 소속사가 다니엘 헤니가 있는 곳이라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네스 팰트로를 좋아해요. 팰트로처럼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면서 진심을 담은 연기로 여러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k·사진/최윤성(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