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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11) 뒤샹의 '샘'과 삼성의 UHD TV

1917년 뉴욕의 한 미술 전시전에 '샘'이라는 작품이 출시됐다. 관람객은 물론 화가 등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샘'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은 다름 아닌 남성용 변기였기 때문이다. 일반 변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의 서명이 변기 제조사 이름으로 대체됐다는 것 정도.

프랑스 출신의 미국 아티스트 마르셀 뒤샹이 현대미술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액션 페인팅'의 선구자 잭슨 폴락, '팝 아트'의 간판 앤디 워홀, '비디오 아트'의 원조 백남준 등은 뒤샹의 후계자라 할 수 있다.

100년 가까이 지난 현재에도 소변기를 예술품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예술계에서는 이 소변기의 등장을 혁명으로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주 철학적인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뒤샹이 화가의 손을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풍경을 손으로 그리는 행위가 아닌 선택이라는 정신의 독립이 예술의 본질이라는 공감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상식을 뒤엎어버린 사람이 뒤샹이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리모델링 작업 탓에 내부 상점 태반이 폐업을 했다. 외국인이 보면 '북한 핵 미사일 발사를 대비한 공간'이라고 오해하기 딱 좋다.

그런데 이 곳에 뜻밖의 갤러리가 탄생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85인치 UHD TV를 액자와 함께 설치, 미술품 전시관과 같은 공간으로 꾸몄다. TV 자체가 예술이 된 셈이다.

4000만원에 육박하는 이 TV는 유명 화가의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존 최고 성능의 패널을 통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이미지'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뒤샹은 샘을 공개하며 "나는 변기를 들어 현대미술의 얼굴에 집어던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신과 인간이 창조한 색감에 삼성 UHD TV를 던졌다'가 아닐까.

참고로 UHD는 해상도가 HD의 4배 이상인 '4K급 UHD'와 16배 이상인 '8K급 UHD'의 2가지로 나뉜다. 현재 쓰이는 HD의 해상도(가로×세로)는 1280×720 혹은 1920×1080이며, 4K급 UHD는 3840×2160, 8K급 UHD는 7680×4320로 해상도가 훨씬 높다.

결국 액정이 큰 TV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HD 화질을 즐기는 시청자가 늘면서 화장을 더 세심하게 해야한다는 배우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UHD 까지 일반화하면 이들의 고민은 더 커질 것 같다.

엑스트라 트랙.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를 보면 크기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갤럭시노트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5인치대로 키워서 재미를 봤기 때문일까. 40인치 TV를 보며 "어지러워서 어떻게 보나"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80인치란다.

'작은 것이 아릅답다'고 설파한 독일 경제·철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생각난다. 그가 직접 80인치 UHD TV를 본다면 "큰 것도 가끔은 아름답다"고 말할 것 같다. /경제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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