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 사이언스북스
2007년 대선 직후,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신기한 발견 하나를 올린다. 구글에 각 대선 후보의 이름을 검색한 뒤 뜨는 웹페이지수를 봤더니 묘하게도 득표수와 비슷했다는 내용이다. '이명박'이라고 쳤더니 검색결과가 약 1000만개 떴는데 당시 특표수가 1000만쯤 됐고, 이런 식으로 따져보니 정동영·이회창·문국형 후보의 구글 웹페이지 숫자와 득표수가 정확하게 비례했다. 심지어 한 일간지의 여론 조사보다 정확했다.
서울시장 선거결과도, 미국의 대선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말한다. "구글 신은 뭐든지 알고 계십니다. 선거 결과 정도는 그냥 미리 알려 주십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과학자들은 정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세상의 원리를 파악하는 복잡계 연구에서 답을 찾는다. 네트워크의 구조를 아는 것만으로 누구나 6단계만에 톱스타 김태희와 아는 사람이 되거나, 구글 검색으로 잠복기에 있는 독감의 확산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복잡계 연구로 미래를 내다보고 조절하려는 도전도 진행 중이다.
카이스트 과학자들의 인기 대중 강연을 묶은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버린 과학 기술 중 '정보'의 미래를 흥미롭게 다룬다. 이를 위해 물리학, 생물학, 네트워크 과학이 어우러져 강연의 만찬을 빚어낸다.
정하웅 물리학과 교수는 복잡계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가 어떻게 퍼지고 흘러가는가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김동섭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최신 생명 정보학의 파급력을, 이해웅 물리학과 교수는 절대 풀 수 없는 암호와 어떤 암호라도 풀어내는 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양자 정보를 풀어낸다.
과학자들의 이야기에선 통찰의 힘이 번뜩인다. 경제와 정치, 사회 등에까지 영향을 뻗치고 있는 과학기술의 현재를 짚어내는 탁월함은 인문학에 치중돼 있는 이들에겐 좋은 통섭의 재료가 된다. 소통과 공감, 힐링을 강조하는 인문학 강의와 달리 책으로 읽는 과학 강의는 세상을 바꿀 지식을 공유하는 뿌듯함까지 건넨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의도적 눈감기
마거릿 헤퍼넌 지음, 푸른숲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이라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아예 그 사실조차 잊어버리려는 뇌의 비겁한 속성을 저자는 '의도적 눈감기'라 표현했다. 저자는 인간이 왜 자꾸 위기를 자초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연구하다 뇌에서 답을 찾았다. 건강검진 미루기부터 성직자들의 아동성학대까지 뇌의 이런 속성을 통해 설명한다.
●컬처 쇼크
재레드 다이아몬드 외 지음, 와이즈베리
인류가 가진 가장 폭발적인 힘인 문화가 어떻게 진화하고 우리 삶을 뒤바꿔놓을지 세계적인 석학 25명이 조망했다. 미국의 유명 편집자인 존 브록만이 세운 지식인 모임 에지 재단의 글을 엮은 것으로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이 최근 인문·과학의 최대 쟁점과 지식 트렌드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