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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

[조성준 유순호의 톡톡신작]아이돌은 왜 굳이 싱어송라이터가 되려 하나

이효리



조성준(이하 조) = 2PM의 새 앨범 '그로운'과 이효리의 신곡 '미스코리아'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돌의 몸부림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그로운'은 멤버중 준호와 준케이의 작사·작곡 참여가 특징으로 두드러지는데요. 이들이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곡들의 완성도를 평하기에 앞서 음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소년을 가장한 청년의 부드러운 속삭임' 쯤으로 요약할 수 있겠어요. 수록곡 대부분의 느낌은 한결 경쾌해진 반면, 가창력은 성숙해졌기 때문이죠.

유순호(이하 유) = 그 말은 몸으로 보여주던 걸 입으로 들려준다는 뜻이네요. 지난 5년 동안 찢고, 나르고, 굴렀는데 더 이상 몸으로 뭘 보여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조 = 이제껏 꿋꿋하게 고수해 왔던 '짐승돌'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다한 테스토스테론을 걷어냈어요. 지금까지 2PM는 솔직히 가창력보다는 남성미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로 승부를 걸어왔잖아요. 일례로 매번 무대에서 웃통을 벗는 택연에게 오죽하면 '찢택연'이란 별명이 붙었겠어요. 이번 앨범은 수록곡들의 성격상 멤버들의 맨살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여성팬들은 매우 아쉬워할 듯 싶습니다.

유 =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얼마전에 일본에서 만났을 때 보니 다들 탄탄하게 다듬어놨던데, 개인 소장용으로만 그러진 않았겠죠.

2PM



조 = 곡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전체적으로 JYP엔터테인먼트 고유의 간결한 사운드와 '찍고 날리는' 창법은 여전해요. 그러나 원조 보이밴드 뉴키즈온더블록처럼 R&B를 베이스로 화음 위주의 경쾌한 선율을 앞세운 곡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습니다. 물론 기존의 팬들을 배려해 '하트비트'마냥 비장한 분위기의 '게임오버' '고백' 등도 곁들였지만요.

유 = 2PM은 13곡 중 6곡의 작사·작곡자에 멤버들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택연의 랩메이킹까지 포함하면 2곡을 제외한 모든 곡의 작업에 멤버들이 참여했습니다.

조 = 리드보컬 준케이가 작사·작곡한 마지막 트랙의 '문득'은 꽤 잘 만든 발라드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이 살짝 엿보이죠. 그런데 아이돌은 왜 굳이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할까요. 빼어난 외모와 노래·춤 실력만으로도 호강할 수 있는데, 자꾸만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지 가끔은 이해되지 않아요.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훌륭한 프로듀서들과 헤어져 싱어송라이터로의 자립을 꿈꿨던 아이돌 가수들 대부분은 망했거든요. 이를테면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죠.

유 = 아이돌의 송라이팅 유행이 소속사의 정산 외에 안정적인 수입 보장이라는 이유도 있을 텐데요. 한편으론 일종의 강박이 아닐까 합니다. 2PM의 우영이 "이번 앨범에는 곡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 다음에는 꼭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한 데서도 느껴지죠. "가수가 직접 곡을 써야만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곡을 최고로 불러내는 것"이라고 했던 이승철의 말이 떠오릅니다.

조 = 이를테면 '난 그저 그런 아이돌들과 다르다'란 것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이효리가 그렇죠. '미스코리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소셜테이너로 영리하게 변신을 거듭해 온 지난 몇 년간의 궤적을 노랫말로 알리면서도, 특유의 섹시한 매력은 그대로 가져가잖아요. 물론 이 같은 변화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론 이효리가 마돈나나 카일리 미노그처럼 할 말은 무대 바깥에서 하고 무대에선 오로지 본능에 충실한(?) 아티스트로 남았으면 해요.

유 = 이효리가 3년 전 새 앨범을 내며 "싱어송라이터야 말로 진정한 가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을 때가 있다"고 말했을 때, 이적이 "너처럼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라고 하면 못한다. 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했던 말이 정답인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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