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을 깨고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준금리 인하라는 '깜짝쇼'에 전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는 등 경기 살리기에 올인하는 정부의 정책에 한은이 화답하는 모양새이지만 효과를 낙관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메트로신문이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이번 금리인하의 파장을 긴급점검했다.
◆산업 "소비·투자 회복 기대"=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비용절감과 소비회복에 도움 될 것이란 반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금융비용이 줄면서 자동차 할부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돈이 풀리면서 경기가 활성화되면 산업계 전체에 온기가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업체가 그동안 떨어진 경쟁력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도 나왔다.
김수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준 금리인하로 최근 이어져온 원·달러 환율 하락이 멈출 계기를 찾았다"며 "업체들의 금융부담 완화도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증권 "안도랠리 시작"=주식시장은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디커플링의 가장 큰 이유였던 정책 기조가 해소됐다"며 "국내 증시에 안도랠리가 나타나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이제 미국, 중국의 경제회복만 가시화하면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엔저 영향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기준금리 인하가 이를 상쇄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 결정이 증시 부양을 위한 단기 재료가 될 순 있겠지만 시장을 계속 끌고 갈만한 요소는 아니다"며 "경기가 안 좋고 기업 실적이 상당히 좋지 않아 시장을 바꾸는 계기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저금리 환경 우려"=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은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것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저금리로 이자수익의 감소가 우려되고, 보험업계는 자산운용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의 회복 시기가 1~2분기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지니 생보사나 손보사나 정도의 차이만 있지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영향은 미미할 듯"=부동산업계는 경기부양 기조의 확산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자체가 시장에 주는 영향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4·1종합부동산 대책을 통해 생애최초주택구입자들에게 저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등 금리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일정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LTV·DTI 완화와 같은 대책이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명·김지성·김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