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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태권도 대표 출신 '겁 없는' 여성 장례기사

▲ 서울추모공원 최초의 여성 화장 장례기사 박소연씨. /손진영기자 son@



"미국 드라마 'CSI'를 열심히 봤더니 동생이 추천해주더라고요. '의대에 가지 않고도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다'면서요. 그렇게 시작해서 장례기사가 됐어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숙명이지만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 금기의 대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장의사·염쟁이·장례기사 등은 중년 남성의 하찮은 직업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편견을 깨고 '장례기사' 경력을 탄탄히 쌓아가는 당찬 20대 여성을 지난 8일 만났다.

서울추모공원 최초의 여성 화장 장례기사 박소연(25)씨다. 고등학생 때까지 태권도 경기도 대표를 지냈고, 단국대 체육학과에서 태권도를 공부했던 그는 2007년 진로를 급변경했다. 당시 2년제에서 4년제로 승격한 을지대 장례지도학과에 입학한 것.

친구들은 '장래학'으로 오인해 '미래 진로지도를 하느냐'고 물었고, '장례학'이라는 뜻을 알고 있는 부모님은 '결사반대'였다. 전문 분야라 직장을 구하기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고집도 좀 부려서 겨우 부모님을 설득했다.

지난 2011년 서울추모공원에 입사해 3년차를 맞은 박씨는 올 초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았다. 결혼을 앞두고 시댁 식구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젊은 애가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시어머니께서 많이 놀라셨어요. 시아버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안 되신 터라 그때 기억이 나셨는지 빨리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요즘은 '복 짓는 일 한다'고 자랑스러워하세요."

박씨는 고인의 시신을 화장해 분골 등 후반 작업을 거친 후 유족에게 인계하는 일 전반을 책임진다. 유가족과의 고별의식 후 관을 옮길 때가 가장 힘겹고 안타까운 순간이다. 유가족들이 박씨의 옷을 잡아당기고 끌어안으며 고인 대신 박씨를 잡아두려 하기 때문이다.

"오전 6시에 출근해 하루 종일 유가족들의 눈물을 접하죠. 그때마다 남성 선배 장례기사들과 달리 저는 유가족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챙겨보려고 해요. 혹시 실신이라도 하지 않는지 표정과 행동을 관찰하고 각별히 신경 쓰죠."

유가족들도 여성 장례기사의 인도에 더 안정감을 느낀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공원 투어 강의도 맡고 있다.공원 투어는 입관 체험을 비롯해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을 적어 관 속에 넣어 태우거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다시 생각해볼 시간을 줌으로써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다.

"죽음은 누구나 겪지만 선택할 수는 없어요. 다만 준비할 수는 있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되는 부분이죠. 고인을 하늘로 인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삶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시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추모공원을 정말 '공원'으로 여기는 날, 여성 장례기사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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