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을 가득 채운 홍콩 관객들의 환호에 씨엔블루가 손짓으로 화답하고 있다.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가 K-팝 영역 확장의 최전선에 섰다. '블루 문'이란 이름을 내걸고 월드투어에 한창인 이들은 네 번째 공연지인 홍콩에서 K-팝의 미래를 분명히 제시했다. 댄스 음악에 치우친 한국 대중음악의 한계와 밴드 음악의 세계적인 침체 속에서 이들은 K-밴드 음악이 대안임을 알렸다.
▶ 강렬·발랄…다양한 무대
10~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는 이틀 동안 한국의 아이돌 밴드에 열광하는 1만4000여 팬이 모였다. 11일 한 회만 개최하려던 공연은 예매 시작 5분 만에 모든 티켓이 팔려나가며 10일 한 회가 추가됐다.
11일 공연장은 시작 전부터 푸른색 야광봉 물결로 뒤덮였고, 네 멤버의 등장과 함께 찢어질 듯한 함성이 더해졌다.
첫 무대는 형형색색의 의상, 특수효과를 곁들인 퍼포먼스, 칼군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꼼꼼하게 악기 세팅을 한 후 "아 유 레디, 홍콩"이라는 리더 정용화의 외침과 동시에 7000여 관객은 온몸으로 환호했다.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에도 관객들의 눈과 귀는 이들의 연주와 목소리에 집중돼 있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 큰 인기를 얻은 최근 음반 '리: 블루'의 수록곡 '아임 쏘리' '커피 숍' '나란 남자' '라라라'를 비롯해 일본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오른 싱글 '웨어 유 아' 등 지난 3년간 국내외에서 발표한 곡들을 라이브로 선사했다.
건반을 치며 노래하는 리더 정용화(왼쪽)와 베이스 이정신.
"완벽히 기획된 댄스 그룹의 무대도 좋지만, 우리는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관객과 자유롭게 호응할 수 있다"는 멤버들의 말처럼 밴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강렬한 록 음악으로 무대를 수놓는가 하면 경쾌하고 발랄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노래하며 다양한 음악적 만족을 선사했다.
'직감' '외톨이야' '러브' 등 지금까지 발표했던 앨범의 타이틀곡을 부를 때는 마치 한국의 공연장을 옮겨놓은 듯 일제히 한국말로 합창하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현지 매체인 채널M은 "일반적인 K-팝과 차별화 됐다.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이 인상적"이라고 했고, 홍콩 잡지 동 터치는 "록은 성향이 치우치기 쉽지만 씨엔블루의 음악은 주류 대중음악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아시아 넘어 세계로
미국 빌보드 월드앨범 차트와 아시아 곳곳의 10여 개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이들은 지금의 여세를 몰아 세계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정용화는 "빌보드에 우리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 꿈 같은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싸이 선배님을 보면서 내공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지금은 그 자신감을 쌓아가는 중이며, (10년 뒤인) 35세에는 빌보드 1·2위를 다투는 팀이 되겠다. 언젠가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기타 이종현(왼쪽)과 드럼 강민혁이 혼신을 다해 연주하고 있다.
홍콩에서 씨엔블루의 인기는 세계 정상급 밴드를 능가한다. 일본 국민 밴드 글레이(5월 25일), 미국의 인기 얼터너티브 밴드 스매싱 펌킨스(8월 13일)에 앞서 씨엔블루는 같은 장소에서 2회 공연을 매진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또 10일에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 최정상 DJ 데이비드 게타와 같은 시간 공연을 열고 관객 몰이에서 그를 압도했다.
4개 지역 공연을 마친 씨엔블루는 25~2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공연하고, 호주·필리핀·중국·말레이시아로 투어를 이어간다.·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