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에 노벨상 프로젝트로 화끈하게 화답했다.
10년에 걸쳐 총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기초기술과 소재에 대한 민간 투자의 물꼬를 트는 등 '창조경제'의 뼈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삼성의 이같은 태도변화 덕분에 창조경제 바람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준비가 절실한 시점에 재단 설립을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국가 산업기술 발전과 혁신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어 "4개 기초 과학분야·소재기술·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연구과제별 특성에 따라 과제기간, 예산, 연구절차 등을 과제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연구자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오는 6월 설립되며, 초대 이사장에는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최양희(58) 교수가 선임됐다.
삼성은 올해 3000억원을 우선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투입한 후,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재단 1차 출연이 현 정부가 집권하는 기간 안에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온 삼성이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계기로 창조경제 '통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의 동참여부도 주목거리다. 삼성이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기 때문에 조만간 다른 대기업들도 이에 호응하는 투자 계획 등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창조경제'에 대해 동감의 뜻을 표하고 투자와 고용 등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삼성의 이번 결정 덕분에 '창조 경제'가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몇몇 기업들도 이미 창조경제를 준비하고 있어 기다려보면 하나하나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