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 속지는 않을테고, 자신의 부에 대해서 안달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현진 한국은행 기획협력국장이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오딧세이(인물과사상사 펴냄)'를 내놓은 이유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책을 통해 돈과 금융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금융위기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누구나 금융공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차 국장은 돈의 탄생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은행을 둘러싼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쉽게 풀어놓았다. 경제와 금융을 숫자가 아닌 역사와 철학으로 풀어 개인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는 "대학신입생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1985년부터 한은에서 근무한 골수 한은맨인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가 한창이던 시기에 그 중심지인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 있었다. 금융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이 국경을 초월해 범람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한때 가장 우수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사람들의 집합소라고 여겨지던 뉴욕 맨해튼의 월가가 '만악의 근원이요, 탐욕의 소굴'로 비쳐졌다. 위험한 투자 끝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한 뒤에는 서민 대출을 회수하기 바쁜 금융기관의 이미지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악덕 대금업자 샤일록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창한 날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았는' 금융기관의 속성이 이처럼 부각됐지만, 그렇다고 개인들이 금융거래를 하지 않고서 살 수는 없다. 다만 대비가 필요하다. 개인들도 돈의 정체와 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는 것. 또 금융의 본질을 알아보자는 것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재테크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태도다.
"서점가의 재테크 책은 현존하는 금융상품을 비교하는 등의 메뉴얼적인 성격이 한계"라고 비판한 그는 "금융의 속성을 알려면을 알려면 더 큰 의미의 역사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나 은행은 근래에 사회제도로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그리 오래된 개념도 아니고 바꿀 수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고 바꿔야 할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