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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권기봉의 도시산책] '상계동올림픽'을 떠올리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서울지하철 4호선 상계역이 바로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 내려 2번이나 3번 출구로 나가면 상계벽산아파트가 나온다. 지난 1980년대말 이른바 '상계동 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상계동 올림픽이 뭐냐 하면 당시 열린 88서울올림픽을 패러디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으로, 김동원 감독이 1986년부터 3년 동안 상계벽산아파트가 있던 상계동 173번지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만들어낸 다큐멘터리다.

그 다큐멘터리 초반에는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88올림픽을 '민족의 영광' '인류의 축제'라 부르며 온통 법석들이다. 하지만 우리 상계동을 비롯한 200여 군데 철거민들에게 올림픽은 차라리 없었으면 좋을 원망의 대상일 뿐이다"

지난 1980년대 중후반 들어 상계동 173번지 등 200여 곳에 달하는 서울시내 천막촌과 판자촌이 강제철거된 것은 다름 아닌 서울올림픽 때문이었다. 올림픽을 취재하러 온 외신 카메라에 행여 빈민가의 남루한 모습이 포착될까, 전두환정권이 서울시내 빈민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철거작업을 서두른 결과였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쫓겨난 80여 세대의 상계동 철거민들이 둥지를 튼 곳은 명동성당에 이어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의 경인고속도로변 허허벌판이었다. 문제는, 그곳이라고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올림픽 성화가 경인고속도로를 지나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화가 철거민들의 판자촌 옆을 통과할 시간은 고작 1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1분은 사회적 약자들을 도시 밖으로 내몰기에 충분한 구실이 됐다.

지난해 열린 영국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봉송자가 주경기장으로 들어오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출입구 양옆에 안전모를 쓰고 환호를 보내던 이들은 다름 아닌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이었다. 올림픽이 스포츠 스타들의 잔치이기에 앞서 노동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각인시켜주기 위한 시도였다. 또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한숨과 피로 속에 경제성장을 일궈온 영국이 뒤늦게나마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헌사이기도 했다.

올림픽을 위한다며 사회적 약자들을 삶의 공간에서 내쫗고 '군더더기 인생'이나 '기생 인생' 따위로 배제해온 한국. 88서울올림픽 이후 25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진보해온 것일까.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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