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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행/레져

[아웃도어 특집] 주말마다 '아빠 어디가' 해피라이프!

▲ "요새는 어딜가나 등산로 정비가 잘 돼 있어요. 사람들은 산을 많이 찾게 됐지만, 흙길을 밟을 수 없어 아쉽네요" 여행 동호회 '솔바람'의 임영태씨(현지아빠), 홍병진씨(연우아빠), 장원철씨(성영아빠)(왼쪽부터)가 관악산을 오르고 있다. /손진영기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던 지난 20일 오후, 여행 동호회 '솔바람(cafe.daum.net/foresttour)'의 현지아빠(임영태), 성영아빠(장원철), 연우아빠(홍병진)가 관악산을 찾았다. 우리나라 휴양림 조성 사업이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며 전국의 산을 빠삭하게 꿴 베테랑 캠퍼들이자, 이제는 사춘기 소년·소녀가 된 아이들과 예닐곱 살 때부터 가족여행을 시작한 '아빠 어디가'(MBC 예능프로그램) 열풍의 원조들이다.

함께 여행을 다닌지 십 년이 넘은 동호회원들답게 만나자마자 "현지아빠 아이들의 키가 허리춤 만할 때부터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벌써 큰 아들이 군대를 간다"며 가족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솔바람 카페에 들어가보니 모든 회원들이 'OO엄마' 'OO아빠'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더라고요. 온 가족이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장: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부모가 여행 경험을 주지 않으면 아이도 못 하게 돼요. 자녀에게 여행 경험 물려주고 싶다는 게 우리 회원들의 공통점일거예요. 가족여행을 위해 부부가 서로 이끌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죠. 마음이 맞지 않으면 가다가 돌아오거나 싸우게 되잖아요. 함께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거죠.

-어릴 때부터 여행을 다녔으니, 또래 아이들과 뭔가 다른 점이 생길 것 같은데요.

임: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아요. 다른 동호회원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친화력도 길러졌고요. 얼마 전 아들이 엠티 준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까 기획부터 준비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잘난 척도 좀 했겠죠? 하하.

홍: 웬만해서는 불평하지 않아요. 전기가 안 들어와도 별이 보여서 좋다고 할 정도니까요. 벌레나 뱀을 발견해도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는 대신 "원래 벌레들이 사는 곳에 우리가 잠시 놀러왔다" 해요. 숲에 아이들을 풀어놓으면 통나무 하나만 있어도 즉석에서 놀이가 수십 가지는 나와요. 놀 수 있는 나이에 놀게 해 주니 창의력이 자극되는거죠.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됐는데 부모와 여행 다니기를 꺼리진 않나요.

임: 애들이 초등학교 5학년만 돼도 자기 시간 갖는 걸 더 좋아해요. 함께 여행 가서 사진 찍는 조건으로 고등학생 딸에게 모델료를 줬으니까요. 하하. 저희 집은 아이들에게 여행을 강요하지 않아요. 큰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부터 가족여행이 부부여행으로 바뀌었죠.

장: 저희 집은 아이가 여섯 살 때부터 웬만한 산은 탈 수 있을 정도로 '여행 조기교육'을 시켜놓은만큼, 고등학생이 돼도 함께일 거라 자신만만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실랑이를 해도 결국 안 되더라고요. 연우아빠도 이제 중3, 중1인 아이들이 같이 안 오면 막 속상해하는게 보여요.

임: 그래도 어렸을 적 여행의 묘미를 맛 본 아이들은 다시 돌아오게 돼 있어요. 큰 아들은 대학을 가더니 같이 여행가고 싶다며 먼저 말하기도 하는 걸요. 자식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돼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애들한테 상처를 얼마나 많이 받았다고요.

-부자·부녀 여행의 대선배인데,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를 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홍: 옛날 생각나죠. 아이들이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서 캠핑의 교육적인 면을 보여준 것 같아요.

임: 그맘때 아이들이 제일 예쁘고 딱 말도 잘 들을 때에요.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라지만, 사실 그것 이상으로 부모가 얻는 혜택이 크죠. 그 금쪽같은 시기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어울려서 보내는 건 평생을 안고 갈 추억이 되니까요.

장: 집사람이 추천해서 봤는데 우리 동호회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준비단계가 없어서 아쉬워요. 장은 전날 봐야 하는지 당일에 봐야 하는지, 차는 막히는지, 안 막히는지 준비 과정에서 보이는 고민이나 갈등이 없죠. 여행 자체가 '2'라면 과정은 '8'이거든요.

-캠핑이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으면서, 비싼 도구와 아웃도어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장: 어제 황매산을 다녀왔는데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전부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고등학생들이 고가 브랜드 점퍼를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작용한 것 같아요. 전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함께 지리산 종주를 떠나면서 처음으로 등산화를 사줬어요. 3박 4일 일정이었는데, 하산할 때 하중이 실리는 발 앞쪽에 무리가 갈 까봐 구매했죠. 그 정도 행군이 아니면 사실 아이들에게는 고가의 등산 제품이 필요하지 않아요.

홍: 요새 캠핑장에 가면 히말라야에 갖고 가도 될 정도로 좋은 텐트나 도구를 갖춘 이용객들도 많이 보여요. 저희 가족이 쓰는 텐트는 17만원 짜리인데 6~7년째 끄떡없이 잘 쓰고 있거든요. 캠핑은 도시의 문명과 떨어져 불편함을 즐기러 가는 건데, 지나치게 고급화된 펜션이나 장비 자랑하러 나온 분들을 보면 여행의 본질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캠핑에서 '아빠'의 역할은 뭘까요.

장: 캠핑을 가면 우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바뀌죠.

홍: 준비과정에선 엄마의 몫이 크지만, 나가면 아빠가 다 하는 게 맞아요. 평소에 엄마와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도 아빠와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면서 친밀감을 쌓죠. 그런 경험들이 모이면 아이들이 자라서도 아빠와 이야기 하는데 스스럼이 없어져요.

임: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아이에게 자꾸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하는데, 그럼 아빠는 '지겨운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돼버려요. 고기 구워 먹으면서 애들이 요즘 듣는 노래, 아빠가 하는 일 같은 일상 이야기를 나누세요. 제 소망은 늙어서도 제 아이들과 바비큐를 구워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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