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사상 첫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단편 경쟁) 수상의 쾌거를 달성한 문병곤(30) 감독은 얼떨떨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제66회 영화제 기간중 프랑스 칸 현지에서 국내 매체들 가운데 메트로신문과 가장 먼저 만났던 문 감독은 26일(현지시간) 시상식이 끝난 직후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당황스럽지만 기분은 좋다"고 입을 열었다.
13분 분량의 '세이프'로 영광을 안은 그는 "2년전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작품인 '불멸의 사나이'로 비평가주간에 처음 초대받았을 때 은근히 수상을 원했다가 실망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상식이 열린 뤼미에르 극장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면서 "솔직히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수상 배경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장인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감독을 비롯한 몇몇 심사위원들이 '긴장감이 있다'고 칭찬해 줬다"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왜 내게 상을 줬는지는 다른 작품들이 있으므로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 영화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 여직원과 도박에 중독된 사내를 통해 노력없이 '한방'에 집착하는 현대 금융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꼬집는다. 문 감독을 포함한 단 네 명의 스태프가 800여만원의 제작비로 지난해 9월 지하주차장을 빌려 나흘만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문 감독은 다음달 5일까지 파리에서 체류한 뒤 친형이 살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로 건너갈 계획이다. 같은 과 동문인 친형은 모 이벤트 회사의현지 법인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의 제작비 일부를 대 준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향후 진로를 같이 고민할 생각이다.
그는 "갑작스럽게 상을 받고 나니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비롯한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면서도 "이번 수상이 전업 영화감독을 꿈꾸는 내게 엄청난 자신감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