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브레이크에 있다는 이색 주장이 나왔다.
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대림대 교수)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1년간 국내 급발진 의심사고 사례 122건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원인은 브레이크의 배력장치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진공배력장치는 일반적인 유압식 브레이크에서 적은 힘으로 제동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진공 펌프를 이용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답력)을 4∼5배로 키워 차의 제동력을 높이는 장치다.
김 교수는 페달 답력을 높이는 역할만 해야 할 이 장치가 급발진을 일으키는 환경으로 '압력 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들었다.
압력 서지 현상은 오일 파이프라인을 갑자기 폐쇄할 경우 파이프라인 속을 이동하던 유체가 갑자기 멈추면서 순간적으로 압력이 진공 상태로 낮아졌다가 이내 급격하게 치솟는 것을 뜻한다.
이 때 실린더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조절하는 스로틀밸브가 완전히 열려 연료가 급격히 분사되면서 급발진을 한다는 설명이다.
디젤 엔진의 경우 진공배력장치가 별도의 진공펌프에 연결돼 있어 구조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없는 반면 대부분의 가솔린 또는 LPG(액화석유가스) 엔진은 이 장치가 흡기다기관에 연결돼 있다.
김 교수는 "2012년 급발진 의심사고를 엔진 유형별로 보면 94.4%가 가솔린·LPG 차량이었고 디젤 차량은 5.6%였다"며 급발진의 원인을 진공배력장치로 지목한 근거로 들었다.
또 급발진이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에서 발생하는 만큼 브레이크를 자주 밟았다 떼는 운전 습관도 급발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