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처음부터 국내 언론들의 관심권 바깥에 있었다. 지난해와 달리 장편 경쟁 부문에 단 한 편도 진출하지 못해서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코엔 형제와 스티븐 소더버그, 로만 폴란스키 등 이름만 들어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명감독들의 따끈따끈한 신작들이 대거 초대받았지만 막상 칸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의 모습을 보기란 매우 어려웠다.
국내 언론이 쏟아낸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한 사내가 인터뷰장으로 난입해 육상 경기용 공포탄을 쏜 사건이 총기 난동으로 다소 부풀려졌고, 호텔에서 일어난 몇몇 금품 도난 범죄가 영화제 측의 보안 허술을 질타하는 사례로 지적받았다. 이걸로도 모자라 할리우드의 한 여배우가 '노팬티'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나선 것까지 여러 뉴스를 장식했다. 이 와중에 주요 초청작들에 대한 리뷰와 인터뷰 등 깊이있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서 지켜본 영화제는 날씨만 좋지 않았을 뿐 여느 해처럼 비교적 평화로웠고,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화제작들이 많아 지구촌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 역시 손색이 없었다. 직접 마주한 국내 영화인들의 얼굴 역시 문병곤·김수진·한은영 등 새내기 감독 세 명의 단편 경쟁·시네파운데이션·비평가주간 진출로 당초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밝았다.
문 감독의 단편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은 김기덕 감독의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만큼이나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혹자는 "단편인데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몰라서 하는 얘기다. 칸에서 장편과 단편은 거의 동급으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단편이야말로 미래의 세계적인 감독들을 배출하는 요람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계는 임권택·이창동·박찬욱·김기덕·홍상수·김지운·봉준호 등의 뒤를 이을 만한 '국가대표 상비군'을 얻게 된 셈이다. 절대로 낮게 평가받아선 안 되는 경사 중의 경사다.
작품의 제대로 된 진가를 분석하고 미완의 대기를 먼저 알아본 뒤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대중문화를 다루는 언론의 중요한 할 일들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올해 칸을 직·간접적으로 취재한 국내 언론 대부분은 너무 게을렀다. '우물 한 개구리'의 처지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하는 자세가 아쉽다./조성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