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티 풀폴 나는 음악 천재 고교생('드림하이')에서 조선 시대 꽃미남 왕('해를 품은 달')으로, 막내 도둑('도둑들')에서 다시 두 얼굴의 남파 공작원으로. 김수현(25)의 커리어 행보는 종횡무진 거침이 없다. 다음달 5일 첫 단독 주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오는 동안 너무 운이 좋았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인 것같다"며 힘주어 말했다.
- 실제로 보니 두상이 정말 작다. 남자 연예인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겠다.
그렇게 작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해를 품은 달'에 함께 출연했던 (송)재림 형이 정말 작다. 나는 안 그런데, 그 형은 갓을 쓰면 (한 뼘 정도로 손가락을 벌리며) 이∼ 만큼이 남는다.
- 첫 주연 영화다. 부담감은?
부담감이라기 보다는 책임감인 것같다. 이제까지 또래 아이돌들과 선배들의 등에 업혀 잘 왔지만, 이번 작품은 오롯이 나 혼자 해내야 하는 몫이 무척 크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 영화 초반부의 바보 연기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원래도 2억5000만 뷰를 기록한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 또 은근히 바보 연기에 대한 매력도 강하게 느꼈다. 주인공 류환은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키워진' 북한 공작원이면서도, 남한에선 달동네에 사는 바보를 가장한다. 배우가 한 작품에서 캐릭터의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 모자란 연기의 레퍼런스가 있었나? 이를테면 칠득이나 호섭이같은.
칠득이? 호섭이? 잘 모르겠다. 내겐 '각시탈'의 신현준 선배님과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 선배님이 교과서였다. '말아톤'의 조승우 선배님도 인상적이었고. 물론 류승룡·조승우 선배님은 엄밀히 말해 극 중에서 바보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 칠득이와 호섭이는 '연식이 되는' 사람들이나 알 수 있다. 둘 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안방극장을 풍미했던 바보 캐릭터였다.
하하하. 내가 모를 수 밖에 없겠다. 몇몇 분들은 바보 연기를 걱정했겠지만, 소속사와 부모님 모두 흔쾌히 출연을 권유했다.
- 공작원의 실체를 드러내는 대목에서 벗은 상반신이 근사하다.
촬영전 열심히 운동하다가 막상 크랭크인후 운동을 쉬었더니 근육이 모두 빠졌었다. 노출 장면을 앞두고 풀과 닭가슴살만 먹는 식이요법에 혹독한 트레이닝을 강행했더니 그런대로 봐 줄만하게 나왔다. 그러나 (근육의) 부피감이 너무 작아 보여 개인적으론 아쉽다.
- 북한 공작원이 주인공인 영화 편수가 최근 들어 많아졌다. 왜 그럴까?
글쎄…, 지난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네 편이나 기획중이란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소재 보다는 캐릭터에 주목했다. 극중 대사 그대로 괴물처럼 키워진 북한 공작원들이 남한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는 가운데 인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그저 좋았을 뿐이다. 다른 영화들도 소재로만 북한 공작원을 다루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을 것 같다.
- 캐릭터 변신의 폭이 또래들에 비해 넓다. 악역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정말 연기해보고 싶다! 매력과 사연이 있는 악역이라면, 마지막에 죽기까지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하하하.
- 그동안의 출연작에서 공연했던 또래들과는 자주 연락하나?
물론이다. '드림하이'의 수지·아이유·택연·우영 등과는 수시로 연락한다. 수지와 아이유 모두 미니시리즈와 주말극에 출연중이고, 얼마전 새 음반을 발표한 택연과 우영까지 다들 바빠 얼굴은 못 보지만 말이다.
- 수지와 아이유 중 여자친구로 한 명을 고른다면?
헉! 갑자기 무슨 질문인지…. 소속사(키이스트) 실장님이 지금 쳐다보고 있다.·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원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