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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창간11주년] 외교관 명함 버리고 우동 속에서 찾은 '나'

▲ 외교관에서 우동집 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우동명가 기리야마' 신상목 대표가 손님에게 하절기 메뉴인 소바를 서빙하고 있다. 신 대표는 "우리 가게의 소바는 메밀 함량을 70%까지 높여 향이 진하다"면서 "아직 창업 초기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어 더 분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진영기자 son@



"화려한 과거는 잊어라."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려오는 충고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워낙 힘들어 신규 창업 2곳 중 한 곳이 3년 내에 문을 닫는 '슬픈 올드보이' 신세가 되곤 한다.

창간 11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메트로신문은 예전의 자신 모습을 훌훌 벗어버리고 화려하게 비상 중인 '올드보이'들을 통해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여는 비결을 알아본다.

"음식점 창업? 99% 안돼!" "처음이라 겉멋 들었군" "공무원을 관둔다니 제정신이냐"

온갖 독설을 딛고 강남역 골목에서 일본 우동집 '우동명가 기리야마'를 운영하는 신상목(42) 대표.

겉보기에 앞치마를 두른 평범한 식당 주인이지만 불과 9개월여 전까지 그는 외교통상부 소속 외교관이었다.

1996년 외무고시 30회로 세계를 누비던 신씨는 2000년대 중반 주일 한국대사관 재직 시절 일본 우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2008년 9월 파키스탄에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을 겪은 이후 제2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신씨는 "언젠가 인생 2막을 살 텐데 마흔을 경계로 남의 시선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통 일본 우동 맛 구현을 위해 신씨는 일본 '기리야마' 본점에 사업계획서까지 보여주며 자문과 조언을 구했다. 본점 3대 대표 기리야마 사장마저 그의 창업을 말렸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신씨는 일본 체류 시절 알게 된 재일교포와 함께 각각 경영과 기술 부문을 맡아 본격적으로 한국 창업을 준비했다.

그는 "동업을 하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있으니 계획이 흔들리지 않더라"면서 "창업은 일반적인 경고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수준의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신씨는 "조급한 상태에서는 프랜차이즈·부동산 광고 문구 하나에 쉽게 흔들려 이성적 판단이 힘들다"면서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그래, 난 이 길밖에 없다'란 판단이 설 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요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소'와 '맛'이다.

이에 대해 신씨는 "'좋은 매물 있습니다'란 광고를 무작정 믿지 마라"면서 "진짜 장사가 잘되면 왜 팔겠나, 그 가게가 왜 나갔는지 인근 부동산 샅샅이 다니며 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근처 유명 레스토랑이 오픈 5개월 만에 문을 닫아 '나도 저렇게되면 어쩌나'하며 불면증을 겪었다"면서 "좋은 위치와 브랜드가 매출 보증수표는 아니며 건물주와 브로커가 합세해 임대료와 권리금으로 자영업자에게 장난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신씨는 오랜 지인을 통해 현재의 건물주를 만나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식당은 돈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돈 만으로 안 되는 것도 식당'이란 말을 남겼다.

신씨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돈만 있으면 메뉴, 밑반찬, 요리사 다 아웃소싱할 수 있는 세상"이라며 "하지만 맛은 '감성'이 지배하는 분야라 돈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신씨는 시간대별 매장 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단골의 취향을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쏟고 있었다. 우동 반죽 숙성을 위해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 사이 가게 문을 닫기도 한다.

손님에게 향긋한 소바를 서빙하던 그는 "공무원 생활도 괜찮았지만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말할 때 훨씬 더 뿌듯하다"면서 "아직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도 현 생활에 만족한다"며 웃었다.

또 "우리나라 식사자리에서는 코 푸는 것이 괜찮지만 서양에서 굉장한 결례이듯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상식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선택을 할 때 판단의 중심을 남의 이목이 아닌 꼭 본인에 두라"고 말했다. /장윤희기자 unique@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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