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의 순환출자구조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10대그룹 총수들은 1%도 안되는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의 주식소유 및 순환출자현황(4월 1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계열사간 지분율 1% 이상 보유한 순환출자가 형성된 집단은 14개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전년보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된 대기업집단은 롯데·현대·현대백화점·동양·현대산업개발 등 5곳이었다. 이들 기업은 계열회사 간 지분율이 전년보다 오르거나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했다.
한진·동부는 순환출자가 형성된 계열사 간 지분율이 전년보다 하락하거나 기존 순환출자를 일부 해소했다.
현대자동차·대림·현대중공업·한라는 계열사 간 지분율 변동이 없었고, 삼성·영풍은 지분율 증감이 혼재 양상을 보였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30대 모든 대기업 집단 하락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집단은 SK(0.69%), 현대중공업(1.17%), 삼성(1.27%) 순이었으며 지분율이 높은 집단은 한국타이어(34.84%), 부영(34.81%), 아모레퍼시픽(23.81%) 순이었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대기업 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지속했다는 의미다.
총수지분율도 0.99%로 지난해 0.94%에 이어 2년 연속 1% 미만 대에 머물렀다.
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은 평균 계열사 수가 35.33개, 평균 출자단계가 4.51단계로 출자구조도 복잡하고 출자단계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10대 그룹에서 총수가 낮은 지분율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경향이 지속됐으며, 특히 최근 5년간 대기업의 순환출자고리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대기업 집단의 소유구조가 악화하지 않도록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의무 등으로 자발적 해소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