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밤 잠실벌이 두 베테랑 가수가 쏟아내는 불후의 명곡과 8만 관객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데뷔 45주년과 30주년을 맞은 조용필과 이문세가 각각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조용필은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총 3만1000명을, 이문세는 1일 한 회에 5만 관객을 각각 불러모아 관록의 힘을 과시했다.
10년 만에 새 앨범 '헬로'를 발표하고 가요계를 강타한 조용필은 열기를 몰아 2년 만에 전국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공연장에는 혁신적이고 변화를 멈추지 않는 조용필의 음악 열정을 확인하기 위한 팬들로 가득찼다.
대형 LED 스크린을 열어젖히고 두팔을 번쩍 들어올린 조용필이 무대 중앙에 등장하자 폭발적인 함성이 쏟아졌다. 조용필은 "여러분 잘 있었죠. 헬로"라는 인삿말로 2년 만의 투어에 대한 흥분감을 전했고, "오 예~"를 외치며 거침 없이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친구여' '큐' '돌아와요 부산항에' '모나리자' 등과 19집에 수록된 8곡을 부르는 등 2시간30분 동안 30여 곡을 선사했다.
새 앨범에서 파격적인 음악 실험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새 앨범 콘셉트에 맞게 한층 젊어진 분위기의 경쾌하고 빠른 밴드 사운드로 라이브의 진수를 선보였다.
2년간 공백기를 보낸 64세의 가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카랑카랑하고 시원한 목소리로 관객을 압도했다. 한치 흐트러짐도 없는 음정과 박자, 밴드와의 호흡을 보여주며 그가 왜 '가왕'인지를 입증했다.
이문세는 '애국가'로 오프닝을 장식했다. '붉은 노을' '파랑새'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가을이 오면' '옛사랑' '휘파람' '그대와 영원히' '광화문 연가' 등 숱한 히트곡들을 열창하자 초대형 야외 공연장은 웅장한 합창으로 들썩였다.
화려한 게스트도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 이문세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안성기·양동근·김완선·로이킴·류승완·박찬호·알리·우지원·에드워드 권·이금희·허각·정준영·이수영 등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의 웃음소리뿐' 무대에서는 윤도현·김범수, '솔로예찬'에서는 김규리·박지우가 출연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문세는 "오늘 공연의 후유증이 오래 갈 것 같다. 가수로 행복한 이문세였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