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 튼튼병원 설의상 부병원장이 테니스엘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5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주부 박씨(38)의 저녁은 고되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가 늦게까지 놀아달라고 보채는 탓에 밀린 청소와 빨래를 끝내고 나면 오후 11시가 훌쩍 넘는다. 종종 팔꿈치에 찌릿한 느낌이 있었지만, 피곤한 탓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다 팔 바깥쪽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저리고 당기는 느낌에 병원을 찾았고 '테니스엘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테니스엘보는 손목 관절을 펴는 근육에 연결된 팔꿈치관절 힘줄을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질환으로 욱신거림이나 무력감 또는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의학적으로는 상완골외측상과염(팔바깥쪽상과염)이라 하며 팔 안쪽에 통증을 느끼는 상완골내측상과염(팔안쪽상과염·골프엘보)과 구분된다.
테니스엘보의 초기 증상으로는 시장바구니를 들거나 분유를 타며 젖병을 손목으로 흔들 때, 이유식을 먹이기 위해 손목을 뒤로 젖힐 때 팔꿈치 바깥쪽에 찌릿한 감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과로로 인한 근육통으로 여기고 팔을 계속 무리하게 사용하면 중기로 이어져 통증이 팔꿈치에서 손목·손가락 순으로 퍼지면서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말기에는 힘줄이 찢어져 나타나는 염증반응으로 식사를 하거나 볼펜을 쥐는 등 일상생활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조기발견을 통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테니스엘보는 근육과 끝에 붙어있는 힘줄문제이기 때문에 초음파를 통해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또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 증세가 없으면 연골이나 관절낭, 인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MRI(자기공명영상)판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커즌스 테스트 등 운동 테스트로 진단할 수도 있다.
테니스엘보 환자의 약 80~90%는 통증 부위 사용을 최소화 하는 보존적 치료로 회복 가능하다. 얼음찜질(첫 48~72시간)과 진통소염제 복용 또는 스테로이드제 주사요법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3일 뒤부터는 온열 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요법(ESWT)도 통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충분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팔꿈치관절내시경수술법은 팔꿈치에 약 3mm정도의 구멍을 뚫고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삽입해 부서진 연골을 제거하고 염증이 심한 힘줄을 자르거나 봉합해 치료한다.
안양 튼튼병원 관절센터의 설의상 부병원장은 "스테로이드 주사는 단기적으로 통증을 완화시켜줄 순 있지만, 재발위험이 있어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면서 "관절내시경수술은 절개부위가 1cm미만으로 출혈이 적고 상처가 거의 남지 않는다. 특히 내시경으로 병변부위를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재발률 낮은 치료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권보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