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예산 감축 압박에 밀려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게 됐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반기문 사무총장을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011년 말 현재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비정규직을 포함해 약 6600명이다. 이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유엔 직원은 모두 4만4000명 정도다. 유엔은 창설 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1차 감축 규모는 260명으로 뉴욕에 근무하는 본부직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유엔의 2012∼2013년 예산안은 당초 2010∼2011년 예산(약 54억1000만 달러)보다 4.8% 줄어든 51억5000만 달러(약 6조원)로 정해졌다가 지난해말 종전과 비슷한 54억 달러대로 회복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들의 요구로 최소 1억 달러 이상 예산을 줄이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유엔이 자체 개혁에 소홀한 나머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직원들은 평소 온건한 스타일로 유명한 반 총장이 집권 1기 추진했던 온건 개혁 방안을 여러차례 거부했다. 일각에선 이런 유엔을 '글로벌 철밥통'이라고 조롱했다. 실제로 반 총장 취임 직후 '고위간부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차원에서 오전 8시 회의 소집을 추진했으나 대부분이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는 믿지 못할 일화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반 총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연설 때마다 "주인의식을 갖자"고 강조했으나 되레 "유엔에 주인이 어디 있느냐", "권위주의적 복종관계를 도입하자는 것이냐"면서거부감만 확산됐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에 이번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겹쳐 반 총장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는 실정이다.
한 유엔 관계자는 "총장이라는 자리가 인기를 기반으로 일하는 곳은 아니지만 이번 조치가 집권 2기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반 총장에게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