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국내 창작 뮤지컬 중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을 꼽으라면 '광화문연가'를 들 수 있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감성적인 노래에 서정적인 스토리를 입힌 이 작품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투자 대비 두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에 고무된 제작사는 '광화문연가 2'를 기획하고 1년 만에 관객 앞에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현재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에서 공연중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나왔던 지용의 시나리오 '시를 위한 시'를 콘서트로 제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원조 아이돌로 한물 갔다는 소리를 듣는 산하, 팬덤을 몰고 다니는 대세 아이돌 아담, 걸그룹 출신으로 과거 산하의 연인이었던 가을은 콘서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립하지만 점차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마침내 멋진 콘서트를 펼친다.
스토리가 단순한 것은 처음 기획부터 이영훈의 음악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대신 '보는 음악 듣는 주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하고 이영훈의 원곡을 이중화음과 아카펠라, 밴드반주 등 다양한 형식과 틀로 바꿨다. 두 기타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화려한 테크닉을 뽐내는 장면이나, 아담과 산하가 치열한 스캣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좋은 예다.
무대 역시 파격적이다. 8인조 밴드를 전면에 배치해 연주자들의 디테일한 손길이 객석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등장인물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밴드가 자리한 3층 구조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립과 분리가 용이해 공연 단가를 낮추는 효과도 얻었다.
공연 말미 이 구조물은 마술처럼 객석으로 이동하면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 자연스럽게 객석의 눈높이를 높여 2층이나 A석에서 관람하더라도 R석에서 보는 느낌을 준다. 오히려 앞자리에서 관람하면 목이 뻐근할 수 있다.
산하를 연기한 유리상자의 이세준과 김순택, 아담으로 분한 김승회와 강동호, 가을의 최서연과 베이지 모두 노래 실력이 뛰어나 듣는 즐거움이 있다.
전작에서 선보였던 34곡 중 12곡이 빠지고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을이 오면' '끝의 시작' 등 6곡이 추가로 삽입됐다.
공연은 7월7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