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강동) 튼튼병원의 민형식 병원장이 척추질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 입사를 앞둔 정모(27)씨는 허리통증 때문에 괴롭다. 그동안 구직활동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던 탓이라 생각했지만, 장시간 앉았다 일어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과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에 병원을 찾게 됐다. 정 씨의 병명은 요추부 척추협착. 막연히 디스크가 아닐까 생각했던 정씨는 의외의 진단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퇴행성 척추질환의 대표적인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디스크 퇴행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 흔한 병이다. 하지만 20~30대도 안심할 수는 없다. 서울(강동) 튼튼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허리부위 척추협착증 진단을 받은 환자 925명 중 40대 이상 환자 비중이 94%를 차지한 가운데, 20~30대 환자도 약 6%에 달했다.
척추 퇴행을 부추기는 큰 이유는 일상생활에서의 잘못된 자세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열중하다보면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거나 다리를 꼬고 비스듬한 자세로 앉아있게 되는데 이는 척추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늘고, 운동 시간은 줄어 척추를 받쳐주는 허리근력이 약해진 것도 척추 퇴행을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강동) 튼튼병원 척추센터의 민형식 병원장은 "허리통증이 생기면 대부분 디스크라 생각하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원인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면서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걸을수록 다리에 힘 빠지면 척추관협착증 의심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생기며,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 다리에 저리고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앉아있을 때는 통증이 덜하지만 걸을수록 다리에 힘이 빠져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반면 허리를 굽히면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줄어든다. 이는 허리를 굽혔을 때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 압력으로 통증이 더 심해지는 허리디스크와 구별된다.
진단은 기본적인 문진, 하지직거상 검사(바로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펴고 통증이 느껴지는 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는 검사)와 X-ray·CT·MRI 등 정밀검사로 이뤄진다.
비교적 가벼운 초기증상일 경우 운동치료와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법을 시행한다. 척추 안정을 위해 보조기를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심하면 신경차단술(Block)이나 경피적경막외신경성형술(PEN)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비수술적 치료요법은 진료 당일 바로 시술이 가능하며, 시술시간도 20~30분 내외로 짧은 편이라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존요법과 비수술적 치료 우선…신경마비 증상 나타나면 수술치료
2~3개월간의 비수술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보행이상, 배변장애 등 신경이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미세현미경수술은 최소침습수술법을 적용해 협착 부위를 제거하거나 척추공 내부를 넓혀 신경의 압력을 줄여준다. 척추마취로 진행돼 고령자에게도 부담이 적고, 최소 절개로 흉터나 주변조직 손상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수술 후 2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 간단한 운동이나 직장생활이 가능하다.
척추가 약하고 불안정한 고령 환자의 경우, 척추 뼈를 고정시키는 척추유합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시술이나 수술 후에는 도수치료나 허리근력 강화 운동 등 특수물리치료를 병행하면 회복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민 병원장은 "노화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하는 허리질환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올바른 자세를 습관화하고 운동을 통해 허리주변 근력을 강화하면 조기 퇴행을 막을 수 있다"면서 "다리를 꼬고 앉거나 무거운 짐 나르기, 허리를 지나치게 움직이는 동작은 퇴행성 변화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강동) 튼튼병원은 안산·일산·안양·대전·제주에 분원을 두고 있으며, 이달 중 수원 망포동에 개원을 앞두고 있다./권보람기자
Tip.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를 구별하는 자가테스트
천장을 바라보고 반듯하게 누운 후 다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천천히 들어 올린다. 다리가 45~60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엉덩이와 허벅지, 발까지 당기는 통증이 있으면 허리디스크일 가능성이 크다. 통증 없이 60도 이상 올라가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