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탕탕그루브' 멤버 박세일, 김예지, 최대한씨. /손진영기자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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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우면 가게 주인이 전기 끊어버린다고 했는데…."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3인조 밴드 '탕탕그루브'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깃집을 주시하고 있다.
탕탕그루브는 2011년 12월 최대한(28·기타), 박세일(27·퍼커션), 김예지(26·보컬) 씨가 의기투합해 결성한 밴드다.
이들은 전날 강원도 인제의 한 캠핑장에서 밤 늦게까지 공연한 후 오랜만에 홍대 버스킹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다. 첫 번째 난관은 주차였다. 박씨는 "차에 공연 장비를 가득 싣고 인근을 8바퀴나 돌았다. 거짓말이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탕탕그루브는 큰 앰프 두 개, 작은 앰프 하나, 마이크와 악기 등을 설치했다. 평소 같으면 기타 하나, 젬베 하나 정도만 놓고 공연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전날 공연 때문에 차에 실어놓은 악기가 많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최근 '이별… 사랑을 듣다'라는 싱글 앨범을 낸 후 첫 버스킹이라 한껏 들뜬 탓도 있다. 박씨는 "오늘 장비가 '빵빵하다'며 '진격의 버스킹'"이라고 농담을 했다.
장비가 많아지다 보니 전기를 끌어오는 게 문제였다. 마이크·앰프 등 전기가 필요한 장비가 많다. 다행히 이날은 '마음씨 고운' 인근 고깃집 사장님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지난주에 공연한 팀이 힙합 그룹이라 시끄러웠다고,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주인이 신신당부하더라고요. 우리는 조용한 노래니까 괜찮겠죠."(최대한)
'어렵게 빌린 전기인데 주인이 끊어버리면 어쩌나' '관객들이 모두 자리를 떠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그룹 '탕탕그루브'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손진영기자 son@
어둠이 내려앉은 오후 8시30분. 재즈 향기 물씬 나는 강렬한 보컬이 가벼운 여름 바람에 실려 날아가며 공연이 시작됐다. 이들은 싱글 타이틀 '이별… 사랑을 듣다'와 '난 남자가 있는데' 등 자작곡과 개사한 곡들을 펼쳐놨다. '희망사항' '골목길'(신촌블루스) 등 7080 가요는 리듬과 가사도 좋지만 오가는 4050세대의 발길을 잡을 주요한 무기다.
"저희 공연은 여기까지입니다. 노래 들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기 빌려주신 고깃집 사장님 특별히 감사합니다. 정리 마치고 바로 회식하러 갈게요."
공연이 끝난 시간은 오후 9시30분. 악기와 마이크를 정리하며 또 하루를 접는다.
"첫 버스킹 때는 서로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당황했어요. 저마다 박자는 빨라지고 뭘 연주하는지도 모르고 공연한 거죠. 그런데 지금은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음이 들리는 것 같아요. 버스킹 횟수만큼 멤버 간의 호흡도 다져진 거죠. 또 관객과 호흡하는 법도 알았고요. 조금 더 하다 보면 세상과 우리 음악도 호흡할 수 있지 않을까요?"(김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