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킹의 매력은 눈 앞에 선 관객과의 소통과 호흡이다. 지난 8일 한 버스커가 관객을 응시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이 노래 음이 너무 높아서 못 부르겠네요. 다른 노래 신청하세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던 거리의 악사가 관객들에게 능청스레 묻는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그는 주말마다 홍익대학교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공연을 한다.
무대는 따로 없다. 그가 앉고 길 가던 이들이 둘러싸면 그곳이 무대다. 작은 팻말에 '연두'라는 팀 이름이 쓰여 있다. 팬이 만들어줬다는 아기자기한 팻말을 보니 그가 적지 않은 시간 거리 공연을 해왔음이 짐작된다.
지난 8일 오후 7시. 걷고 싶은 거리 일대에서는 6개 버스킹팀이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놓고 통기타 공연부터 스탠딩 개그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사하고 있었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게 버스킹은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누리는 '힐링'의 무대다.
주말마다 빼놓지 않고 이곳에서 버스킹을 본다는 직장인 김초롱(23)씨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일상의 무료함을 버스킹을 통해 풀고 있다"며 "미리 선택하고 티켓을 구입해서 관람해야 하는 공연장 무대와 달리 버스킹은 다양하고 참신한 공연을 원하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특정 버스커의 매력에 빠져 열성 팬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연두 팬이라는 고교생 김은서(18)양은 "주말에 친구들이랑 연두의 공연을 보고 나면 일주일간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즐거워했다.
미래의 꿈을 그리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신감 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학교 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고교생 문민정(18)양은 "동아리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데 저렇게 버스킹하는 거 보면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긴다"며 웃었다.
버스커에겐 거리의 모든 사람이 관객이다. 이들은 행인을 관객으로 끌어들이는 '3대 무기'로 재미난 입담, 좋은 노래와 함께 성능 좋은 앰프를 꼽았다. 지난 8일 한 버스커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세상 살기 바빠 공연과는 담을 쌓고 살아야 하는 중장년에게는 '회춘'의 도구다. 40대 주부 이민숙씨는 "다른 볼일을 보러 왔는데 시끌벅적한 소리에 이끌려 30분째 공연을 보고 있다"고 했다. 매끄럽고 유쾌한 진행, 신선한 개그, 수준급 음악으로 걷고 싶은 거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버스커 '분리수거'의 무대다. 이씨는 "흥이 절로 나고 젊음이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거리 공연이다 보니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도 적지 않다. 버스킹 경력 8년차라는 한 버스커는 "손님들이 시끄럽다고 항의한다"는 인근 식당 상인의 말에 곧바로 악기를 정리했다. 그는 "공연 장소를 하루에 네 번이나 옮긴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1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옥순(48)씨는 "지나치게 큰소리로 연주하지만 않으면 가게 손님들도 좋아하고 호객에도 도움이 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문이 대학생기자 kmykd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