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는 북미 최대 게임쇼다. 북미는 콘솔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즉 E3는 콘솔 게임의 잔치인 셈이다.
결국 엑스박스 시리즈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 플레이스테이션(PS) 시리즈 제조사인 소니의 경연장이다.
12일(한국시간) 개막한 E3는 예상대로 MS와 소니 부스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하루 전인 11일 양사는 최신 시리즈인 '엑스박스 원'과 'PS4'를 공개했다. 오랜만에 나온 이들 기기를 체험하기 위해 관람객들은 오전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섰다.
최신 콘솔이 어떤 게임을 지원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관심은 이들 기기가 추구하는 이른바 '셋톱 박스' 기능에 있다.
즉 콘솔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MS는 이날 메트로신문을 포함, 국내 5개 매체를 대상으로 엑스박스 원 시연회를 열었다.
이 기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게임의 리얼리티가 향상된 점, '올레TV'와 같은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한 점이다.
엑스박스 원은 클라우드 환경을 도입해 게임 속도와 사실감 등을 대폭 개선했다. 특히 키넥트 센서의 정확성이 덩달아 높아져 게이머의 몸짓을 더 빠르게 인식한다.
셋톱 박스 기능은 이전 버전인 '엑스박스360'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스포츠중계를 라이브로 보는 것은 물론 예약, 주요 부분 다시보기, 선수 정보 실시간 확인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여기에 스카이프 화상 채팅을 HD화질로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엑스박스 원이 콘솔의 틀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PS4 역시 크게 달라진 '개성'을 찾기는 어렵다.
아이폰5가 아이폰4S의 크기를 살짝 늘린 것 외에 사실상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슬로건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IT, 게임계가 어느덧 답보 상태에 접어든 느낌이다. '혁신의 피로감'이란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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