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펀드(권산 지음, 반비)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김승완 외, 남해의봄날)
"고랑 내는 꼬라지 하고는…. 호랭이 똥구녕을 씹어불것네(환장하겠네)."
전남 구례군 오미마을의 '대표 엄니' 대평댁은 밭으로 내려서면서부터 관록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엉성한 초보 농사꾼들을 휘어잡는다. 이 마을에 살다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은 저자는 대평댁을 일명 수석펀드매니저로 삼아 '맨땅에 펀드'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지난해 3월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한다'며 계좌당 30만원씩 100명의 투자자를 모았고 5차례 배당을 했다. 배당품은 '펀드매니저' 농부들이 농사를 짓거나 가공한 밀, 감자, 배추, 청국장, 김치 등으로 책 '맨땅에 펀드'는 이같은 기발한 프로젝트에 대한 유쾌발랄한 보고서다.
'약을 치지 않고 농사짓는 건 상상도 해보지 않은' 엄니들을 설득해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고, 그래서 재배한 작품들을 제값에 구매해 배당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저자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썩은 고구마와 곰팡이 핀 땅콩 등이 초보 농부의 뒤통수를 친다. 농부들간의 계파 경쟁, 범죄(서리) 같은 시골만의 이야깃거리도 리얼리티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시골과 도시, 땅과 식탁,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함께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은 계속돼 올해 투자자를 334명으로 늘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서울을 떠나 '적당하게' 밥벌이를 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바람. 달콤한 유혹 같은 희망으로 새 삶을 일구는 사람들이 늘었다.
꼭 농사를 지어야하는 건 아니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속 주인공들은 호미 대신 펜과 컴퓨터를 들고 속초와 괴산, 통영, 제주, 화천 등에 눌러앉았다. 번역가, 요리사, 연출가, 뮤지션, IT 기획자, 대학교수, 작가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지역의 경계와 일의 경계를 넘기 쉬워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내려놓아도 새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십 여 년 기자생활을 하다 인터넷 회사를 차린 후 3년 만에 문을 닫고 2003년 한 달만 쉬자며 제주를 찾았다 지금은 카페를 운영 중인 이담씨는 말한다.
"서울 생활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던 나는 서울을 떠나고 나서야 그 일이 의외로 쉽다는 걸 알게 됐다. 불치병이라 여겨 달고 살았던 산소호흡기를 떼고 보니 사실은 폐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발견한 사람의 심정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