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 이현종(43)씨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5년 전 가입한 연금저축에도 꼬박꼬박 입금한다. 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기부도 열심히 한다. 예년 100만원에서 올해 60만원으로 쪼그라든 '13월의 보너스'로 받았던 상처를 내년에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씨의 이 같은 노력이 소용없게 될 우려가 커졌다.
정부가 내년부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장인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액 연봉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이번 방안의 목표라고 하지만 과세 표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금액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고액 연봉자 세금부담 늘어
16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총 급여에서 필요 경비를 빼주고 산출한 과세 표준액에서 단계별 세율을 곱해 세금을 물리는 기존 '소득공제 방식'을 과세소득 금액에 세율을 곱한 뒤 세액을 산출하고 여기서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인 회사원의 경우 5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4500만원을 과세 표준으로 세금을 매기지만 세액공제는 500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일부 세액을 정액으로 빼준다.
따라서 기존에는 15%(1200만~4600만원 근로자)를 적용받던 세율이 24%(4600만~8800만원 근로자)로 훌쩍 뛰게 된다.
여기에 공제 항목도 대폭 줄어든다. 우선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개인 연금저축 등은 축소할 방침이다. 내년 도입하는 자녀장려세제, 근로장려세제와 중복되는 다자녀 추가 공제 등 인적공제 항목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불안감에 직장인들 불만 폭주
내년 일몰 예정인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우리사주조합출연금 공제 등 조세제한특례법상 공제항목 역시 고액 연봉자의 수혜폭이 크다는 점에서 정비 대상으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공제항목 지출이 커질수록 세금이 줄어든 것과 달리 산출 금액에서 일정액을 감면해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며 "미혼 직장인 등 그동안 연말정산 혜택을 크게 받지 못했던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는 공제 혜택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과표가 일제히 올라가 세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네티즌 'sky***'는 "정부가 얘기하는 고액 연봉자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lee***'는 "연말정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서민들의 노력을 이렇게 뭉갤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