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을의 혁명'이다.
삼성전자, 웅진과 같은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 납품하던 위닉스 전자가 장마 시즌 대표 상품 제습기로 일약 스타 가전기업으로 도약했다.
위닉스는 17일 자사 제습기 브랜드 '위닉스 뽀송'이 지난달에만 10만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판매 기준 점유율 50%를 기록하며 처음 1위에 올랐던 위닉스의 시장지배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판매 목표인 50만대는 조기 달성이 무난한 상태다.
위닉스의 선전은 뛰어난 상품성에서 나온다. 독자 개발한 '플라즈마 웨이브'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해 유해공기를 정화하고 산소이온을 발생시켜 공기 중의 곰팡이균, 세균을 억제한다.
게다가 위닉스 제품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최초로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인증을 받았다.
주가를 보면 위닉스가 얼마나 잘 나가는 지 알 수 있다.
이날 위닉스는 전일 대비 3.97% 하락, 919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1만2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주가가 3배나 올랐다.
다만 '갑'으로 모시던 기업과의 관계 정립이 새로운 난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37년 우정을 자랑하는 위닉스는 사실 삼성의 제안으로 제습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도 삼성 에어컨의 냉각기 등 일부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삼성 제습기가 위닉스 제품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를 삼성과 위닉스 모두 언급하기를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습기가 제2의 김치냉장고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위닉스의 부담이다. 김치냉장고는 만도의 아이디어 상품이었지만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삼성, LG가 가세했고 현재 양사가 사실상 시장을 평정했다.
제습기 역시 두 기업의 관심이 커진다면 언제 김치냉장고 시장과 같은 모양새가 재현될 지 모른다.
위닉스 관계자는 "회사 성장세를 대놓고 자랑하기 어렵다. 제습기가 (쿠쿠, 쿠첸 등 전문 브랜드가 주도하는) 전기밥솥 시장처럼 재편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