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련기를 맞을 것인가.
'고급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공략하던 삼성전자가 딜레마에 빠졌다.
고가의 첨단 스마트폰 갤럭시S4가 전작인 갤럭시S3 판매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수 년 째 라이벌이었던 애플이 '아이폰' 최신 시리즈로 맞불을 놓은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관련 업계는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중저가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조언에서부터 시장을 뒤흔들 트렌드를 창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 명품브랜드를 고집해 온 삼성전자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가 삼성전자 실적을 우려했고 이후 일주일 새 주가가 20만원이나 빠졌다. 삼성증권 등 국내 업체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18일 앞다퉈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에서 원가를 낮춰 수익을 내는 방식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스마트폰 가격 하락이 대세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299달러로 사상 처음 300달러(약 34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낮은 가격은 내수시장이 큰 중국과 인도의 영향 때문이다. 실제 이들 국가에서는 보급형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여기에 맞추어 애플도 첫 보급형 단말기인 '아이폰 미니(가칭)'를 9월께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이 불과 99달러(11만원)에 불과하지만 네임 밸류를 따진다면 시장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전통의 강호 노키아를 비롯해 부활을 노리는 소니, HTC 등도 이미 저가 단말기를 내놨거나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도 이미 보급형 단말기를 선보이고 있다. 갤럭시 '그랜드' '에이스' 등이 대표적인 중저가 제품이다. 하지만 첨단·최신 스펙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 비중을 높이면 주가 회복과 함께 추가 상승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철저하게 갈린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저가폰으로 전략을 수정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꺾이진 않을것"이라며 "이미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포화 상태가 될 때까지 삼성의 성장스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국내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는 "이미 스티브 잡스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의 비즈니스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배우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고급화, 중저가 전략 수정보다는 아이폰이나 워크맨과 같은 다른 경쟁자는 생각하지 못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큰 차별화 요소가 없었던 국내 조선업계가 침체에 빠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