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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완전 범죄에 메스를 대다





"1989년 가수 남진이 괴한에게 허벅지를 깊숙이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격 부위가 급소가 아니라서 당시 이 사건은 주목을 크게 받지 않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조직폭력배들의 칼부림에는 유독 허벅지를 노린 공격이 자주 있음을 알 수 있다. 겁주기용 부위여서 일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의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대퇴부 정맥이나 동맥을 끊으면 과다출혈로 인한 실혈성 쇼크사를 유도하면서도, 추후 재판정에서는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둘러댈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의학으로 풀어내고,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성찰했던 SBS 드라마 '싸인'을 재미있게 본 과학수사물 마니아라면 놓쳐선 안 될 이야기가 나왔다. 인터넷 포털에서 누적 조회수 4000만 건을 돌파한 현직 기자의 과학수사 리포트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가 더욱 치밀한 문체로 다시 태어났다. 그가 직접 취재한 사건을 바탕으로 수록된 36가지 사례는 단순히 추리·범죄소설 마니아의 흥밋거리를 넘어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현주소와 현대사회의 암울한 뒷면을 돌아보게 한다.

'2001년 울산에서 있었던 성전환 여성 강간·살인사건'은 성전환 여성을 부녀로 인정하지 않았던 종전의 법원 판례를 뒤집어 "여성으로서 성적 정체성을 보유했다면 부녀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사건 12년 뒤, 법은 부녀에 한정됐던 성폭행 범죄의 법적 대상을 '사람'으로 확대했다. 이 사건은 편협한 사회적 시선과 편견으로 법조차 지켜줄 수 없었던 소수자의 인권을 떠올리게 만든다.

2000년 지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수사 종결됐던 '성북구 사건'은 용의자의 자백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만일 우리나라가 법의학 전문가를 동반하는 검시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면, 타살을 자연사로 오인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웃의 보증만 있으면 시신을 바로 땅에 묻을 수 있는 인우보증제 역시 억울한 죽음을 늘이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탄 노모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은 아들임을 지목하고, 정관수술했다며 오리발을 내민 연쇄성폭행범이 DNA 지문으로 꼬리가 잡히는 통쾌한 과학수사의 과정 또한 생생하게 다가온다. 필적감정법·거짓말 탐지기의 진실 등 뉴스를 볼 때 한 번쯤 궁금하게 여겼을 수사 방법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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