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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인권옹호 실천 일깨워주는 '남영동 대공분실'

▲ 대공분실



인권옹호 실천 일깨워주는 '남영동 대공분실'

서울 남영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 현대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주요 현장이 있다. '남산'이라 불렸던 국가안전기획부와 '서빙고호텔'이라 불렸던 보안사령부 서빙고 대공분실과 함께 지난 1987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잔혹한 고문으로 악명이 높던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물론 지금의 대공분실은 그때의 대공분실이 아니다. 박종철 열사 사망으로 촉발된 6월 항쟁을 시작으로 시대는 바뀌기 시작했고 대공분실의 운명도 결국 바뀌었다. 지난 2005년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고 인권과 현대사 교육의 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09호실은 당시의 모습대로 재현해 둬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게끔 했다.

건물의 용도가 바뀌고 8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인지 찾는 이들이 뜸해진 요즈음, 다시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를 방문해 보았다. 조사실을 지능적으로 설계한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눈에 띤다.

예컨대 7층짜리인 이 건물은 조사실이 있던 5층 창문의 폭만 15㎝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유독 좁다. 피조사자의 투신을 막기 위한 조치다. 조사실 벽면은 모두 방음처리 되어 있고, 한쪽에 설치돼 있는 욕조의 경우 길이는 성인이 눕기 힘들 정도로 짧은 반면 깊이는 꽤 깊다. 피조사자의 청결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물고문 등을 위해 고안해낸 시설이다.

아이로니컬한 사실은 이 건물의 설계를 맡은 이가 당대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인 김수근이었는 점이다. 서울 잠실의 88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해 남산의 타워호텔과 율곡로의 공간 사옥, 대학로의 샘터 사옥과 아르코미술관 등 세련미를 뽐내는 건물을 설계한 그의 경력에 씻기 힘든 오점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오늘의 남영동 대공분실이 일깨우고자 하는 역사가 과연 지나간 과거일 뿐일까. 모두들 고문이 사라졌을 거라 생각한 지난 2009, 2010년에도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날개꺾기 고문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인 적이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하는, 지금 이 순간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어쩌면 기념관을 만드는 것보다 더 절실한 일이 아닌가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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