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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복지/환경

[수기 당선작] 나를 일깨워 준 가사간병서비스



가사간병방문도우미사업·산모신생아도우미지원사업 수기공모전 수상작

보건복지부 산하 (재)중앙자활센터와 메트로신문이 진행한 '가사간병방문도우미사업·산모신생아도우미지원사업 수기공모전' 당선작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먼저 가사간병방문도우미사업 우수상 수상자인 경기 양주지역자활센터의 김경옥씨의 수기 '나를 일깨워 준 가사간병서비스'를 싣는다.

'나를 일깨워 준 가사간병서비스' - 양주지역자활센터 김경옥(경기·도우미)

제가 2012년도 무더운 한여름에 40대 후반의 여성 대상자 한분을 만나게 됐답니다. 그 분은 난소암 환자셨어요. 암이 전이가 돼 온몸으로 퍼져 고통의 나날이었죠.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제 아이도 2011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재발성이 있는 '두개인두종양'수술을 받고나서 몹쓸 놈의 종양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왼쪽시야가 결손되고, 종양이 뇌하수체를 덮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뇌하수체를 떼어내면서 요붕증이라는 생소한 병과 함께 성장호르몬 공장이 망가졌습니다. 약물복용과, 주사약의 도움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기막힌 의사소견을 듣고 나서, 난 신이라는 신은 모두 원망하며 지냈는데…….

이 분은 고통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둔 채 당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항상 감사하다며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제 자신이 창피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는 항상 대상자 집을 첫 방문할 때는 관련된 질환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저 스스로 참고할 부분들은 참고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을 숙지하다 보면 그 분이 알지 못한 부분들을 제가 알려드렸을 때 뿌듯하더라고요. 혹시 알고 계시나요? 난소암 전이가 매우 빠른 이유?

그 이유는 난소는 골반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장기이기 때문에 전이가 빠르다 네요. 저 또한 이분을 만나면서 알게 됐거든요.

작년 여름은 왜 이리 따갑도록 뜨거웠는지……. 그 분 댁에 오후 1시경에 방문을 하게 되면 문을 열자마자 찌는 듯한 열기가 퍼져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되더라고요. 그 무더위에도 그 분은 추워서 창문을 모두 닫아놓고 보일러에 전기장판까지 켜고 가발에 모자까지 쓰고 계셨죠.

그러면서도 그 분은 환한 미소로 저를 반기시니……. 저도 못난이처럼 찌푸리던 얼굴이 저절로 풀리더군요.

서로 간단한 안부 인사를 마치고나면 저는 제 할일을 시작하죠. 곳곳에 있는 얄미운 먼지를 닦아내며 집안청소와 세탁을 하고, 식구들이 함께 식사할 요리와 더불어 환자분이 드실 요리도 함께 준비를 하지요.

그러고 나서 힘없이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질 듯한 그분의 팔과 다리 등을 조심히 교육받은 대로 마사지를 하고, 주물러드리고 나면 그분은 고마움보다도 미안함이 가득 하시 길래……. 제가 "언니~ 미안해할 것 없으셔요! 언니는 당연한 권리가 있는 것이니, 편하게 받아드리면 돼요!!"라고 하면 "그래도 고맙고 미안한 걸~" 하시면서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크게 웃지요. 그 분은 크게 웃는 걸 좋아하셨어요. 크게 웃으면 아주 조금이나마 암세포가 죽을 거라 믿고 계셨거든요.

두 아이들도 병석에 있는 엄마를 두고도 어찌나 밝고, 명랑하며, 착한지,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분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싶고, 밖에서 맛있는 식사도 함께 먹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들에겐 그러한 일들은 흔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인데……. 이 분 식구들은 그러질 못하는 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제 가슴이 메어져 오더군요. 그래서 제가 하루 일과 마치고나서 금요일 오후에 제 아들과 그 분 댁을 찾아 갔는데 들고 나오는 가방 안이 무거워서 '왜 이렇게 무겁냐'고 여쭸더니, 영화 보면서 먹으려고 계란, 감자 삶고, 과자랑 음료수 등 을 한 아름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 셋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서 영화를 보려는데 영화관은 에어컨 때문에 추울 테고……. 그래서 동네 부근에 있는 자동차 극장을 제차로 모셔서 함께 영화를 보면서 에어컨도 못 틀고, 한여름 밤의 모기 땜에 창문도 못 열고, 해서 돗자리를 차 옆에 깔고 아이들끼리 밖에서 낄낄대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러면서 우린 함께 친 자매처럼 나날을 보내던 중 그분의 배에서 복수가차서 일산 암 센터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오셨는데 담당주치의가 전이도 있고 하니 입원을 권유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입원을 이곳 동네 병원에서 입원을 하시겠다고 하여,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암 센터 병원은 입원비가 비싸고, 그냥 집 가까운 곳에 입원을 하시고 싶다 하시더군요. 그래서 급히 동네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낮에는 남편 분은 일터에, 아이들은 학교에 있다보니, 낮 시간에 간병을 해주실 분이 없더군요. 그래서 서둘러 동사무소에 알아보고, 저희 자활센터에 간병서비스사업단 팀장님과 상의 후 간병할 분을 찾자니 당장 투입 하실 분이 안계시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병원 내에 있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한 분이 저희 사정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간병을 해주셨답니다.

이러한 고마움은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

가사간병서비스는 대상자가 입원을 하는 경우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을 알지만, 어려운 환경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어 '봉사 한다'는 생각을 하며, 입원을 하시고 계시는 와중에도 저는 빈 집인 그분 댁을 방문하여 아이들이 먹을 반찬과, 청소·빨래를 해놓고 나오곤 했죠. 그렇게 또 3일이 지나서 어김없이 빈 집에 문을 열고 방문을 했는데 집안에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상하다'는 생각에 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환한 미소를 띠우며 저를 반기는 듯한 사진이 담긴 액자였는데, 양 옆에 검은색 띠와 가운데 동그란 꽃 모양을 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 영정사진을 보고나서야 지금 상황판단을 하게 됐고 저도 모르게 이건 아닌데……. 이럴 리가 없는데…….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랑 웃으며 대화도 잘했는데, 그 분의 어머니가 우시면서 제 양손을 꼭 잡고서는 "우리 ○○ 좋은 곳으로 갔다오"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온 몸이 서늘한 한기가 느껴지며 옴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제가 양주지역자활센터에서 요양사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7년차가 되어가면서 제가 돌보던 분들을 몇 분을 떠나보냈지만 이처럼 사랑스럽고, 고통 앞에서도 당당하며 미소를 띠운 분은 처음이라 지금도 그립습니다.

언니~ 그렇게 많이 힘들었어요?

언니가 아파하며 괴로워 한다는 걸 남편분과 아이들은 알면서도 그저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걸 알면서 배에 복수도 빼내지 못한 채 그렇게 빨리 가고 싶었어요? 언니~ 이제는 편하게 좀 쉬어요. 아프면 주님이 살포시 안아 주고, 춥다고 하면 따사로운 햇살이 언니를 향해 비춰 주실 거예요.

언니~ 지금은 안 아프지? 편안하지?

그 분이 세상을 떠난 후 가사간병서비스는 중단이 됐고, 그러고 나서 한해를 넘긴 6개월쯤 되어서 우리 아이가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더군요. 수학여행 전날 저녁에 김밥을 준비하려는데 문득 제 아들과 한 학교이자 동갑네기인 언니의 딸이 생각나더군요. 그 후로는 제 아이의 김밥 만들 땐, 꼭 그분의 아이들 것도 만들어 보냅니다.

아저씨께서는 애들 엄마가 떠난 자리가 이렇게도 힘들 줄 몰랐다하시며, 목이 메는 듯 떨리는 목소리를 내시면서, 더군다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집주인이 6월말 까지 방을 빼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저씨께 다시 한번 기초수급자신청을 해보자고 했고, 지금 현재 갖가지 필요한 서류를 떼고 다니는 중입니다.

동사무소에서도 '잘 될 것'이라며 제게 힘을 주시더군요. 잘 되겠지요?

제 아이도 중증환자 등록이 돼 있어서 가사간병 서비스 대상이 되지만 의료보험료가 2만원을 초과해 서비스는 못 받고 있지만, 저의 단 하나의 건의사항이 있다면 저 또한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며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데, 가사간병서비스 확대를 조금만 더 넓혀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가사간병서비스라는 제도가 있기에 이렇게 극적으로 저희의 손길이 필요할 때 찾아가 보살필 수 있으니 힘은 들지만 그 어떤 직업보다 제 일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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