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상록구에 사는 김모(56)씨는 휘어진 다리 탓에 계단을 내려갈 때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시큰거리는 통증과 자꾸 돌아가는 치마도 문제다. 아픈 다리를 끌고 무리하게 집안일을 하던 김씨는 결국 통증과 붓기가 악화돼 찾은 병원에서 관절염에 의한 오다리 진단을 받았다.
오다리(내반슬)는 무릎 안쪽을 붙인 상태에서 두 발끝이 닿도록 모은 뒤 일자로 섰을 때 양 무릎이 5cm이상 벌어진 질환을 말한다. 다리가 O자로 휘어지는 원인은 크게 선천적 질환에 의한 다리뼈의 휨이나 비틀어짐 그리고 후천적으로 잘못 길들여진 앉기 습관에 의한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경우, 유제품과 같은 특정 음식성분 섭취가 제한돼 뼈 성장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D 결핍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뼈가 구부러지는 구루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뇌성마비나 소아마비 등의 질환도 무릎 뼈 모양의 변형을 초래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습관이 널리 퍼져있어 골반과 허벅지 뼈가 접혀있는 시간이 많다. 이렇게 되면 엉덩이관절 앞쪽 인대가 짧아져 관절염이 더 쉽게 유발 될 가능성이 크다. 골반과 허벅지 뼈를 연결하는 엉덩이 관절 앞쪽 인대가 짧아지면 허벅지를 포함한 다리 전체 뼈가 안으로 휘게되고, 보행 시 무릎 안쪽에 더 많은 힘이 가해져 안쪽 무릎 연골을 더 빨리 닳게 하기 때문이다. 이때 휘어진 다리뼈는 오다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오다리는 무릎 뼈가 정면이 아닌 안쪽을 향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리뼈는 엉덩이뼈를 중심으로 척추 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리가 휘면 골반은 물론 허리까지 굽을 수 있다. 다리를 한쪽방향으로 꼬거나, 걸을 때 체중이 무릎 한쪽으로 치우치는 등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에도 무릎연골이나 연골판이 손상돼 퇴행성관절염이 유발될 수 있다. 보통 관절염이 중기 이상일 때 다리가 O자로 휘어지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 때 증상으로는 무릎에 '뚝'하는 소리가 나거나, 자세를 바꿀 때 무릎이 시큰거리고 찌릿한 느낌이 들며 붓는 것 등이 있다.
안산 튼튼병원 관절센터 김형식 병원장은 "평소 발끝을 모으고 걷거나 오리걸음을 걷는 경우, 골반이 틀어져 치마나 바지가 자꾸 옆으로 돌아가는 경우라면 오다리를 의심해 볼 수 있다"면서 "퇴행성관절염의 진행 정도가 심할 경우 인공관절치환술을 해야 할 수 있으므로 평소 올바른 앉기 자세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다리 초기(휘어짐 각도 3~5도)에는 골반과 다리 근육의 균형을 맞추는 운동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요법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다리의 휘어짐 각도가 7도 이상 변형된 중기 이후에는 우선 X-ray를 통해 다리뼈가 휜 정도를 파악한 뒤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대표적 치료 방법에는 무릎관절이 휜 방향에 있는 안쪽 종아리뼈를 잘라내 뼈 사이 간격을 넓히고 인공 뼈를 넣어 나사로 고정하는 안쪽 개방형 무릎 절골술이 있다. 과거에는 육안으로 무릎의 굴곡 및 교정각도를 측정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에 연결된 투시 카메라로 환자의 다리축 및 관절면을 계측할 수 있어 정확도가 높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김 병원장은 "안쪽 개방형 무릎 절골술은 양쪽 다리 관절의 연골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게 해 무릎의 퇴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조기 인공관절치환술로 인한 재수술 확률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권보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