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에 의해 바뀌고 구원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바뀌고 구원받는다면 주체와 객체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11일 개봉될 '마스터'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사랑하는 여인 도리스를 끝까지 지키지 못할 것같아 제2차 세계대전에 해군으로 입대한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은 종전후 심리적 내상으로 방황을 거듭하던 중 코즈란 단체의 마스터로 불리는 랭케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를 만난다. 랭케스터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처럼 보이는 인물로 자신을 "작가이자 의사이고 핵물리학자이자 이론 철학자"라고 소개한다.
프레디가 만들어 준 밀주를 맛있게 먹은 랭케스터는 자신들의 여정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프레디는 랭케스터를 믿고 따르면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권유를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랭케스터 역시 나약한 인간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줄거리는 이처럼 단순하지만,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과정은 살짝 심오하고 난해하다. 프레디와 랭케스터는 어찌 보면 이란성 쌍둥이같은 사이인데, 내재된 욕망과 지향점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쏟아냄으로써 달라지려 하지만 벽에 가로막힌다. 결국은 각자의 '자유 의지'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감독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적당할 듯 싶다.
연출자인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1996년과 97년 '리노의 도박사'와 '부기 나이트'으로 혜성처럼 등장했을 당시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틴 스콜세지를 합쳐놓은 것 같은 연출력의 소유자'란 찬사를 받았다. 이후 '매그놀리아'와 '펀치 드렁크 러브', '데어 윌 비 블러드'를 거치며 대가의 반열에 올랐는데, 70㎜ 필름을 캔버스 삼아 집요하리만큼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솜씨가 섬뜩할 정도다.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공동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두 주연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는 굳이 수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보고 나면 뒤통수가 얼얼해질 정도다. 랭케스터를 좌지우지하는 아내 페기 역의 에이미 애덤스도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깃털처럼 가벼운 영화들이 판치는 한여름 극장가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