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출판 시장에 소설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휴가시즌에 맞춰 화제작들이 하나둘 베일을 벗고 있다. 어떤 책이 '페이지 터너'(page turner·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로 등극할까. 이미 경쟁은 시작됐다.
태풍의 핵은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다. 1일 출간되자마자 2일 현재 예스24·인터넷 교보문고 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꿰찼다. 고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배척당한 쓰라린 기억을 지닌 다자키 쓰쿠루가 외면당한 이유를 묻기 위해,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16년 만에 친구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친구들에게선 기막힌 대답들이 나온다.
정유정의 신작 '28'(은행나무) 또한 상승세가 막강하다. 서울의 위성도시 화양에 빨간눈 괴질이란 인수공통전염병이 퍼지면서 벌어지는 참담한 사투를 다룬 내용으로 독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30만권이 팔려나간 전작 '7년의 밤'의 인기를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댄 브라운의 신작 '인페르노'(문학수첩)도 출간됐다. '다빈치 코드'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상징으로 미스터리 같은 수수께기를 풀어갔던 천재 과학자 로버트 랭던이 이번엔 단테의 명작 '신곡'을 파고든다. 고전 예술과 비밀 통로, 비밀스런 집단 '컨소시엄' 등이 눈앞에 펼쳐지며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라 불리는 존 그리샴은 신작 '사기꾼'(문학수첩)에서 죄수인 전직 변호사를 앞세워 교묘하고 유쾌한 사기극을 그려냈다.
국내 작가들도 신작 행렬을 잇고 있다.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창비)이 1일 출간됐고,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가 이달 중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이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지난 5월말 나온 김진명의 '고구려5'(새움)은 곧장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국내 소설에 목말랐던 출판 시장에 물길을 터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