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논현역 앞 버스정류소에서 밤늦은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시범운행 중인 심야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손진영기자 son@
지난달 28일 새벽 1시35분.
버스운행이 끝난 심야시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앞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은 적막하기까지 했다.
횡단보도에 녹색신호등이 켜지자 양방향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민들이 속속 승강장으로 건너왔다.
지난 4월부터 운행하고 있는 심야 시내버스 N37번을 타려는 승객들이다.
"무엇보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매번 택시 타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침 첫차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역삼역 뒤편의 레지던스 '블루밍 하우스' 프런트에서 일하고 있는 정제윤(40)씨는 심야 시내버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행사가 열리면 숙박요금이 비싼 호텔보다 강남 일대 레지던스를 선호하는 비즈니스맨들이 많다"면서 "업무 특성상 퇴근이 새벽으로 넘어가기 일쑤"라고 전했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심야 버스를 타고 있어요. 저같은 사람들은 심야 버스가 운행된다는 소식이 서울·부산 간 고속열차 생겼을 때처럼 빅뉴스였을 거예요."
새벽시간 택시를 타면 할증요금이 적용돼 행선지인 가락동까지 1만6000원이 훌쩍 넘지만 자가용 승용차는 주차할 마땅한 공간도 없고, 주차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씨는 "40분 마다 한 대씩 있어서 배차간격이 길긴 하지만 요즘은 대중교통 안내 앱이 잘 돼 있으니까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야 버스를 탄 여대생 김세진(23)씨는 "시험 때나 약속이 늦게 끝나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가까운 거리는 택시잡기도 어렵지만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하다"면서 "여럿이 함께 타는 시내버스가 늦은 시간에 운행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술 취한 사람들에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밤늦게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곧 노선이 확대되면 심야 동대문 패션타운이나 이대앞 미용실을 버스로 갈 수 있겠다"고 반겼다.
하지만 불편을 토로하는 승객도 있었다.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일한다는 50대 여성은 "심야버스가 서민들에게는 정말 좋은 정책"이라면서도 "오래 기다리기도 하지만 토요일 새벽 1~2시대에는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 콩나물시루가 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서울시의 지난 3개월간의 시범운행 현황을 보면 4월 19일 첫날에는 N26번, N37번 두 노선에 900여 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달 16일에는 2300명을 웃돌았다. 이달 들며 하루 3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심야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요일별로는 일·월·화요일은 이용객이 줄어들고 금·토요일에는 상대적으로 승객이 많이 몰렸다. 시간대 별로는 밤 12~새벽 2시 사이에 가장 많은 승객들이 몰렸다. 지역별로는 강남역과 홍대, 신촌, 가락시장 등에서 승객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