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톱스타들의 감독 겸업이 줄을 잇는 배경에 영화팬들의 호기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작가 위화의 베스트셀러 '허삼관 매혈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투자·배급사 뉴(NEW)는 지난주 "하정우가 이 영화의 연출과 주연을 맡아 2014년 추석 개봉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중 크랭크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위화는 뉴를 통해 "하정우의 출연작을 모두 봤다. 그의 연기와 연출이 더해질 영화가 어떤 매력을 지닐지 기대된다"고 전해왔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롤러코스터'에 이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게 된 하정우는 "원작을 읽고 큰 영감과 감동을 받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몇몇 스타급 배우들은 메가폰을 직접 잡곤 했다. 구혜선·유지태·박중훈·하정우 등에 앞서, 최은희·최무룡·김진규·신성일·박노식·하명중 등이 연출에 도전했었다. 이 가운데 하명중은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겸했던 '땡볕'으로 베니스·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대받아 감독으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흥행과 완성도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 배우 겸 감독들은 준비 기간 측면에서 선배 세대보다 영리하고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차근차근 감독 변신을 준비한 뒤, 여건이 완전히 무르익으면 그제서야 연출 데뷔작을 내놓는다는 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투자·배급사들도 이같은 노력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화된 시스템도 배우들의 감독 변신을 거들고 있다. 감독이 촬영과 조명 등 현장의 모든 분야에 일일이 관여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전문성을 갖춘 스태프가 늘어나면서 감독은 오롯이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한 영화 프로듀서는 "감독 겸업을 선언하는 배우들을 보면 시나리오 습작과 단편영화 작업 등 기본기부터 탄탄히 닦은 경우가 많아 갑작스러운 유행으로 보기 어렵다. 또 지금 대중은 연예인들에게 한 우물만 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지 클루니, 벤 애플렉 등이 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중인 할리우드처럼 한국 영화계도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