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반성할 줄 모른 일본 정치계의 행태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일본 현직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의 하계 제사를 맞아 잇달아 등(燈)을 봉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도통신은 아베 신조 내각의 다니가키 사다카즈 법무상, 하야시 요시마사 농림수산상, 네모토 다쿠미 부흥상,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담당상 등 4명이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미타마 마쓰리(조상의 혼령이나 곡식을 지키는 신에게 제사지내는 행사)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 등을 봉납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들 4명은 봉납자 명의에 각료 신분을 명기하지 않았다.
다니가키 법무상은 교토부 유족회 명의, 하야시 농림수산상은 참의원 의원 명의, 이나다 행정개혁담당상은 전통과 창조의 모임 소속 중의원 의원 명의로 각각 봉납했고, 네모토 부흥상은 명의를 표시하지 않았다.
도쿄 중심가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현재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이 이곳에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 신사 홈페이지에는 미타마 마쓰리 맞이 봉납은 "영령에 대한 감사와 평화로운 세상의 실현에 대한 희망을 염원"하는 의미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고 소개돼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춘계 예대제(제사)때 한국, 중국 등의 반발을 의식, 야스쿠니에 참배는 하지 않고 봉납만 했다. 그러나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참배하자 한국 정부는 당시 예정돼 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취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따라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다음달 15일에 아베 총리를 포함한 주요 각료들이 야스쿠니 참배를 할지 여부가 향후 한일관계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