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하는 '미스터 고'는 할리우드 거장 피터 잭슨의 '킹콩'처럼 디지털 캐릭터가 사실상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첨단 IT 기술의 융합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는 서커스단에 있던 고릴라 링링이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고릴라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문제는 고릴라의 털이다. 이 영화를 만든 덱스터디지털에 따르면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털의 움직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면 최소 80만 가닥을 노출해야 한다.
그런데 많게는 300만 가닥에 이르는 털을 살려야 하는데 이를 일반 쿼드코어 PC에서 했다가는 컴퓨터가 다운될 가능성이 크고 설사 작업이 이뤄진다 해도 400년이 걸린다.
이에 제작사는 인텔과 IT인프라 기업 LG엔시스에 SOS를 요청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수퍼컴퓨터를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글로벌 수준이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를 영상으로 만들 때는 '렌더링'을 해야하는데 이 작업에는 수퍼컴퓨터가 필요하다. 물론 할리우드 거대 영화사에 외주를 줄 수 있지만 비용이 700억~1000억원에 이른다.
일단 제작사는 영화 속 CG를 구현하기 위해 LG엔시스의 클라우드 렌더팜 서비스 '스마트렌더'를 이용했다. 스마트렌더는 인텔 제온 E5 프로세서 5000코어로 구성된 수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엄청난 속도로 일을 마무리한다.
'미스터고'의 경우 이 작업에 600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썼다. 결국 400년 걸릴 일을 5개월 만에 끝냈다.
LG엔시스 김도현 대표와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은 "앞으로 예술가의 상상력이 실현되고 한국의 영상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관련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