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LA폭동 이후 잠잠했던 미국 내 흑백갈등이 재 점화될 조짐이다.
비무장 상태의 흑인 소년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항의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법원 판결을 수용하자고 촉구했지만 불붙은 인종차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법치국가로 배심원단도 (이를) 언급했다"며 "미국민이 (사건을) 차분히 되돌아볼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인으로서, 한 사회로서 미래에 이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 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자 (숨진) 트레이번 마틴을 기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평화롭던 시위는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차를 공격하거나 건물 외벽에 경찰을 비난하는 문구를 그리는 등 격앙된 반응도 나타났다.
이는 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짐머만이 정당방위가 아닌 인종차별적 동기로 마틴을 살해했으며, 사법당국의 기소 및 법원의 재판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법당국은 마틴이 자신을 때려 총을 쐈다는 짐머만의 정당방위 주장만을 받아들여 체포하지 않다 뒤늦게 여론에 밀려 짐머만을 붙잡았고, 사건 발생 1년 2개월 만에야 2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법정에 세웠다.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흑인이라 수사당국이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오바마 대통령조차 수사당국에 진상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내게 아들이 있었다면 트레이번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라며 사건에 대한 깊은 동정을 나타낸 바 있다.
한편 스티브 킹(아이오와)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킹 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애초부터 이번 사건은 증거 등을 볼 때 기소할 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법무부가 개입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정치 이슈화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