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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열심과 극기

여름날 아침, 매미소리에 절로 눈이 떠지면 과거 초등학교 삼학년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여름방학인데도 늦잠은커녕 긴장하는 마음으로 눈을 떴던 이유는 매일아침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라디오체조를 해야되었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아침도 못 먹고 헐레벌떡 뛰어가면 운동장은 나처럼 졸린 눈과 멍한 머리와 부스스한 머리로 겨우 기어나온 초등학생들로 한 가득했다. 운동장을 한 가득 매웠다. 당시 영화 보기 전 일어나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대한뉴스를 필수적으로 관람해야되었던 것처럼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아침체조에 참석해야만 했다.우리는 일찍 일어나고 씩씩한 새나라의 어린이들이니까.

나는 사실 '태만'보다는 '열심'을 좋아한다. '노력하면 된다'고 역설하는 강력한 긍정주의자는 아니지만 '기왕이면 노력하는 게 그래도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주의자다. 한데 열심은 좋지만 극기는 싫다. 나는 우리나라 곳곳, 특히 학교나 기관 등에 스며든 불필요한 '극기'가 싫다. 어차피 열심히 할 사람은 그 도움 없이도 원래 열심이고 게으른 사람은 극기하는 시늉 며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 '극기'가 삶 자체가 되면 이미 살 수가 없지만 '극기'가 '이벤트'가 되는 것도 마땅치 않다.

회사원시절 직원단합대회엔 '등산'이 필수코스였다. 어떤 윗분은 군대 대대장처럼 앞장서서 '장군'이 되셔야 직성이 풀렸고 어떤 윗분은 '어린 것들끼리 가라'며 뒤에 남아 쉬셨다. 일개 직원들은 체력과 컨디션 상관없이 '함께'했다. 파김치가 된 후 저녁엔 술로 질펀한 뒷풀이행사가 이어졌다. '사서 고생시킨 후 풀어주기'도 채찍 후의 당근 같아 이상했다. 한 회사에서는 거의 매일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야근을 하면 회사 앞 돼지갈비 집에 장부를 달고 무제한으로 돼지갈비를 먹을 수 있었다. 맛있어야 할 고기가 사료처럼 느껴졌다. 얘기가 산으로 가는데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해병대캠프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교생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어느 조직에서든 '극기성' 이벤트를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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