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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사랑해서 불행한가요?



최근 우리나라 직장인의 한 달 독서량이 0.8권에 그친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서점으로 향하는 발길이 부쩍 뜸해진 요즘, 프랑수아 를로르(60)의 신작 '꾸뻬씨의 사랑여행'은 전작 '꾸뻬씨의 행복여행'의 뒤를 좇아 무서운 기세로 베스트셀러 서가를 휩쓸고 있다. 일상에 치여 책 한 권 쥐는 것조차 힘들어진 현대인들에게도 '사랑'과 '행복'은 여전히 놓을 수 없는 궁금증인 모양이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를로르는 "아마 한국 독자 여러분이 책의 가치를 알고 있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미소를 지었다.

"제 책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행복이나 사랑과 같은 본질적 주제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요. 10여 년 전 독일이 경제적 안정을 찾으면서 삶의 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죠."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유럽과 한국이 '꾸뻬씨의 여행' 시리즈에 한 목소리로 공감하는 이유는 행복이나 사랑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동서양과 세대의 변화를 막론하고 하나로 연결돼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랑의 묘약'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프랑스와 캄보디아, 중국을 넘나드는 꾸뻬씨의 여정은 '사랑이 곧 모든 인류의 욕망'임을 넌지시 귀띔한다.



그러나 꾸뻬로 대표되는 낭만과 열정의 사랑을 그리다보니 다양한 사랑의 양상을 간과했다는 아쉬움도 든다. 남성이 여성을 고된 삶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구원자로 묘사된 부분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사랑여행'에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전통적 관념'이 녹아있습니다. 책 속 바일라와 꾸뻬의 관계에는 어렸을 적 읽었던 백마 탄 왕자와 공주 이야기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죠. 만약 사랑에 대한 책을 또 쓰게 된다면 다음번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어요. 장차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더 높아지는 시대가 올거라는 예감 때문이죠."

책에서 묘사된 일본 사회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은 사랑이 부족한 시대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성취와 안정된 삶을 위협하는 사랑을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를로르는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서 미국 여대생들이 남자친구가 아닌 하룻밤 상대만을 원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몹시 안타까운 일"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랑이 없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책 속에 나온 '사랑의 묘약'을 먹어야 할까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사랑의 획득이 아닌 지속에 있습니다. 사랑을 유지하려면 화단의 꽃을 돌보듯 정성과 관심을 쏟아야하죠. 그렇게 가꾼 사랑은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겁니다. 현대사회의 불안을 사랑이 치유할 수 있는 것이죠."

인생과 우정, 시간, 행복, 사랑을 찾아 떠났던 꾸뻬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백발의 신사 를로르는 "이미 집필을 마쳤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 시리즈는 50대가 된 꾸뻬의 이야기 입니다. 결혼해 장성한 아이들을 둔 가장 꾸뻬가 중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내용이죠. 이미 독일에서는 출판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곧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진/손진영기자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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