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숱한 화제를 뿌리는 SBS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 중인 김가은(24)은 통통 튀는 매력이 인상적이다. 입에 거침없는 욕을 달고 살지만 수하(이종석)를 순수하게 짝사랑하는 '날나리' 여고생 성빈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4년 만에 주목받고 있는 그는 "사람들이 알아봐주니 신기하고 재밌다"면서 깜찍한 미소를 지었다.
# 동갑내기 종석 장난꾸러기
10년째 혜성(이보영)만 사랑하는 수하를 눈치없이 오매불망 바라보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러움도 한몸에 받고 있다고 했다.
"요즘 종석이가 '대세남'이잖아요. 함께 연기한다고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종석이와는 동갑내기라 첫 촬영 때부터 서로 말을 놓고 금세 친해졌어요. 불편하면 짝사랑 연기가 거리감이 느껴질텐데 편한 사이라 지금처럼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종석이가 극중과 달리 실제론 장난기가 심하답니다."
최근엔 혜성과 수하의 러브라인이 급진전되면서 충기(박두식)와의 새로운 사랑을 예고했다. 그동안 주로 시청자들로부터 '수하가 성빈이를 한 번이라도 봐 줬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받았는데, 요새는 '성빈과 충기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실제로 짝사랑은 소질이 없다. 연애를 시작하면 적극적이지만 고백만큼은 너무 어렵단다. "사랑에 솔직한 성빈이가 부러워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그런 성빈이의 장점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김슬기 참고해 욕 연기 연구
성빈이 귀여운 얼굴로 자신에게 살인미수 누명을 씌우려는 학생들과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변호사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 장면도 큰 재미를 안겨줬다. 이 모습이 밉게 보이기보다는 친근감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김가은은 스스로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재밌는 욕을 만들어가면서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대본에는 욕이 그대로 표기되지 않고 'X'로만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 욕 동생'으로 불리는 tvN 'SNL 코리아'의 김슬기를 많이 참고했다.
"사실 거부감을 줄까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욕 한 번 시원하게 해달라'고 당부하는 시청자들이 생겼어요. 저도 어디 가서 그렇게 욕을 해보겠어요. 욕할 때마다 속이 시원하고, 요새는 대본에 욕이 없으면 심심해요. 하하하."
처음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는 "평소 욕은 많이 하진 않지만 성빈과는 비슷한 점이 많다. 솔직하고 욱하고 의리가 있는 편이라 점차 배역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데뷔 5년차…성빈이 기억해 주세요
'날나리' 고교생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탈색하는 등 개성 강한 스타일을 선보여 종종 아이돌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아이돌이나 '날나리'와는 거리가 멀다.
중학교 때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호기심으로 연기학원에 다니다 처음 본 연극에 마음을 빼앗겨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후 국민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하고 2009년 SBS 11기 공채 탤런트로 활동하면서 단역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데뷔 이래로 가장 큰 배역을 맡았다는 그는 "예전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서 "공채 탤런트로 활동할 때 비록 단역이었지만 많은 작품들을 경험했던 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 막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셔서 매일매일이 재밌고 행복해요. 비로소 연기하는 기분이 들고 욕심도 생겼어요. 앞으로도 제 이름을 알긴 어려울지라도 성빈이만큼은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