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휴가차 와있다.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도, 습기 없는 날씨도 최고다.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에 걸맞다. 허나 예측불가능한 것들이 여행자에겐 훨씬 더 신선한 충격이다.
하와이안 항공사의 비행기 안에서 징조가 있었다. 국적기 이용시의 훤칠한 미남미녀 승무원과는 달리 하와이안 항공에서 기내식을 서빙해준 것은 느물느물한 히스패닉 계열의 과체중 중년남자였다. 서빙도 허둥지둥, 미인 처녀 승객들에게만 유독 노골적으로 친절하던 그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균질된 미소를 보여야만 하는 국적기 승무원에 대비해 불필요한 감정노동이 확실히 없어보였다.
하와이에 도착하니 전형성은 연달아 빗나갔다. 앳된 금발 아가씨가 점보사이즈 시티버스를 운전했다. 미술관 안내데스크에서 관람객을 처음 반긴 것은 목소리가 겨우 나오는 주름 자글자글한 은발 할머니였다. 특급호텔 풀사이드 레스토랑에서는 한 쪽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가 웨이터로 일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돋보기를 쓴 할머니가 앙증맞은 유니폼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퍼담았다. 그러고보니 죄다 서비스직종이다. 한국처럼 고객중심주의나 고객우선주의가 당연시되는 곳에선, 서비스가 더디고 불편하다고 고객의 항의가 있을 법 하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노인이나 장애인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불편함은 겉으로는 '그들은 공경하거나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라 하면서 실은 무의식중에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심리다.
한 박물관에서 특별전시관에 들어가려고 하자, 그 입구의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활짝 웃으며 '지금은 관광객 그룹으로 꽉 찼으니 구경하기 불편할 거에요.' 라며 귀띔을 해주었다. 슬쩍 보아하니 미국 본토에서 온 '효도관광' 그룹이었다.
몇몇은 휠체어를 타고, 몇몇은 지팡이를 들었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탱해가며 차분히 투어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투어가이드는 노인들 알아듣기 편하게 말을 일부러 천천히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 역시도 칠순 즈음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낙원이어야 할 그 곳은 낙원일 것이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