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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日 애니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콘티 짤 때 대지진이…제작 망설였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바람이 분다' 포스터 옆에 앉아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이 '벼랑위의 포뇨' 이후 5년간의 침묵을 깨고 신작 '바람이 분다'로 돌아왔다. '바람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전투기 설계자였던 호리코시 지로와 시인 호리 다츠오의 삶을 섞은 작품으로, 미야자키 감독은 대표작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 등에서 이야기했던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인간의 희망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동원됐던 아버지 세대에 대한 연민어린 헌사를 담았다. 26일 도쿄 외곽 집무실에서 자신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와 함께 한국 취재진을 만난 그는 칠순의 나이답지 않게 천진난만한 웃음과 유머를 섞어가며 모든 질문에 친절히 답했지만, 일본의 과거사 인식 등 민감한 대목에선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태도로 자신의 소견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 전범으로 자칫 오해받을 수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 까닭은?

앞서 '붉은…'은 순수하게 공중전을 그리고 싶어 만든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열심히 살았다고 죄가 없어질 수 있을까.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란 질문과 결론에서 시작했다. 이를테면 '이웃집 토토로' 때는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기를 원하며 만들었지만, 막상 공개하고 나서 보니 아이들이 거실에서 TV만 보게 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실제로 호리코시 지로는 군에 대항하며 살았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죄인으로 취급받아야 하는 건가? 내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집에선 좋은 분이셨다. 무조건 그 시대를 살았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시대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 전체적인 사운드가 무척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실감이 난다.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도 여전히 훌륭하다.

음향과 그림의 기술적인 수준은 갈수록 정밀해지고 있다. 특히 음향은 8.1 채널 사운드까지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무 많은 데서 소리가 들려와 도무지 뭘 들어야 할 지 모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바람…'에선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인간들이 내는 소리로 내자"고 주문했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지진과 전투기 프로펠러 사운드는 물론이고 기차 기적 소리까지 입으로 내는 소리로 녹음하려 하기에 말릴 정도였다. (웃음)

그림도 마찬가지다. 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사진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렌즈를 통해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인간의 능력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육안으로 본 걸 잊게 된다는 뜻이다. 직접 보고 뇌로 기억한 것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에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로하려 관동대지진을 다뤘나.

지진 장면의 콘티를 그리고 있을 때 하필이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작업을 계속 진행해야 할 지 고민도 많았지만, 패닉 영화를 만들려는 게 아니었으므로 중단하지 않았다. 관동대지진 당시 아홉 살이었던 아버지는 어렸을 적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3만8000명을 죽게 했던 관동대지진이 일본의 문명을 바꿨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무척 안정된 사회였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론 재해가 날 따라다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 조금 그렇다. (웃음)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때 일본의 버블 경제가 꺼졌었는데, 요즘 보면 일본 사회가 도대체 어디로 가려나 싶어 걱정이다. 지금 같으면 '모노노케 히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미야자키 감독(오른쪽)과 파트너인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나란히 서서 '바람이 분다'를 알리고 있다.



- 동석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에게 묻겠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앞으로도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이 전혀 없나?

없다! 미국의 3D 애니메이션은 쇠퇴하고 있다. 지난해 할리우드는 100여편의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 올해 편수를 줄였다. 3D는 대략 20년에 한 번씩, 이제까지 세 번 유행했는데 벌써 유행이 끝나가고 있다. 3D 열풍으로 3D TV까지 잠깐 유행이었지만, 정면이 아니면 3D의 느낌을 만끽하기 어려워 벌써 시들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 최근 일본 사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전후 일본은 너무 돈만 좇으며 살아왔다. 1980년대 후반 버블 경제가 꺼지고 소련(현 러시아)이 붕괴되면서 당시 일본인들은 역사 감각을 잃어버리게 됐다. 요즘 젊은 세대의 역사 인식 수준이 형편없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영화도 그렇지 않나. 우승 상금도 아닌데 흥행 수입만 너무 따지고 있다. 그건 문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세계 경제도 이상하다. (아베 노믹스를 겨냥해) 돈만 찍어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신작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 최근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간한 소책자를 통해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관한 내 솔직한 생각을 밝혔을 뿐이다. (헌법 개정으로) 일본 사회가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글을 올렸는데 인터넷에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고 하더라. 인터넷을 전혀 하지 않기에 어떤 내용들이 올라왔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동아시아 한·중·일 3국은 사이가 좋아야 한다. '별 것 아닌 문제'로 싸우면 안된다. 위안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예전에 사과하고 청산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별 것 아닌 문제'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

한 나라의 총리에게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아베 총리는 곧 '없어질(물러날)' 사람이다. 아베 정권처럼 별 것 아닌 문제로 싸우면 안된다는 취지다. 사실 오늘 여러분들을 만나기 전 많이 각오했는데,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무척 감사하다.·사진/대원미디어 제공 ·디자인/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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