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신생 KT 위즈 초대 감독은 준비를 잘한다. 한 시즌의 큰 그림을 그려놓고 세밀하게 채워 넣는다. 시즌에 들어가면 경기를 앞두고 상대 투수들의 투입 시점까지 계산을 한다. 그래서 거시와 미시에 모두 능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악마 같은 감독이다. 훈련량이 장난이 아니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꿈을 이룬다"는 신조 때문이다. 아마도 KT 위즈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은 순간 지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용병술은 거시적이다. 유망주를 낙점하면 끝까지 기회를 주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시즌 중에도 주전들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 선수들을 잘 보호하는 스타일이다. 시즌을 좌우하는 승부처라고 해도 자신의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신생 KT와는 궁합이 맞을 것이다.
그는 두 번의 성공과 두 번의 실패를 했다. 2003년 신생 팀이나 다름없던 SK 지휘봉을 잡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한 팀의 허를 찌르는 용병술이 돋보였다. 그러나 2006년 4강에 실패하자 재계약에 실패했다. 2008년 KIA 감독으로 부임해 2년째(2009년) 우승을 차지했다. 파격적인 6선발이라는 긴 호흡을 갖고 뚝심 있게 시즌을 운영해서 거둔 결실이었다.
그러나 2011시즌 4강에 입성하고도 물러났다. 조 감독은 2011년 10월 준플레오프를 마친 직후 KIA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언제가 다시 감독을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난 지금껏 성공도 실패도 했다. 이 경험이 다른 야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새로운 야구를 하겠다는 예고였고 이기는 강한 감독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시간을 낚는 강태공이었다. 차분히 선진야구도 견학했고 아마야구도 지켜봤다. 그리고 2군에서 유망주를 키우는 시간도 보냈고 마침내 KT의 부름을 받았다. 신생 구단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다. 세 번째 부름을 받고 창조자의 마음으로 돌아온 조범현 감독은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