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준중형 세단을 5년째 몰고 있는 직장인 김상범(34)씨는 7일 벤츠의 소형차 A클래스 '200 CDI'가 3490만원에 출시됐다는 뉴스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폭스바겐 '골프', 토요타 '캠리', BMW '320d' 등으로 갈아탄 친구들이 수입차를 강력 추천하던 차에 럭셔리 브랜드에서 3000만원대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랜저 가격이면 수입차를 살 수 있는 세상인데 브랜드 이미지나 주행성능, 안정성 등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수입차로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보증기간 이후의 유지비가 걱정되긴 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소식에 추석 전 수입차를 장만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입차 소비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봉 3000만원만 되면 너도나도 수입차를 사려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닛산 '큐브', 푸조 '2008', 폭스바겐 '폴로' 등이 수입차 2000만원대 시대를 연 뒤 '수입차=부자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특히 벤츠 A클래스나 BMW 1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3000만원대 엔트리카를 내놓으면서 고객 접점이 한층 넓어진 상태다.
서울 도산대로나 반포대로와 같은 수입차 매장 집결지에는 2030세대로 넘쳐난다.
지난 6일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자료는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7월 팔린 수입차가 등록대수 기준 1만4953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9% 증가했고, 이는 전달인 6월과 견주어도 16.9%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1~7월 누적 판매량은 8만944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3007대보다 22.5% 증가했다.
많이 팔린 브랜드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BMW가 3023대를 팔아 1위를 지킨 가운데 폴크스바겐(2696대), 벤츠(2567대), 아우디(1776대), 도요타(737대)가 2∼5위에 올랐다.
이어 포드(688대), 미니(633대), 혼다(502대), 렉서스(495대), 크라이슬러(357대)가 6∼10위를 꿰찼고, 닛산(309대), 랜드로버(282대), 푸조(237대) 등이 뒤를 이었다.
BMW, 벤츠, 아우디 등의 럭셔리 브랜드 못지 않게 폴크스바겐, 도요타, 포드, 미니, 혼다, 크라이슬러, 닛산과 같은 대중브랜드도 기세를 올렸다. 즉 부자는 물론이고 중산층도 수입차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포드 관계자는 "수입차 점유율 20% 달성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상승세가 유지되 것인지가 업계의 관심이자 고민"이라고 말했다.